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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의 시대읽기] 탐심은 마음 건강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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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기사입력 2018-11-13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한 그리스도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가정 상황이 매우 어려웠을 때 위로를 받고자 모 교회 장로가 인도하는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믿음이 좋으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것이 가르침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 가정에는 도무지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상속 문제로 가족 간의 갈등도 심각했다. 자신의 신앙과 하나님의 사랑에 의심이 생겨 성경 공부가 위로가 되기는커녕 전보다 더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쓴 소리 많이 하는 다른 장로의 설교를 읽었는데, 첫 번째 장로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돈을 무시하란 내용이었다. 그 충고대로 돈을 좀 상대화하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추진하는 자발적 불편 운동을 실천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삶이 행복해졌다. 이제는 남편이 직장을 가진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웃을 위해 기부까지 했다. 그분과 가족의 마음이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요즘 우리 사회에는 각종 정신병,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우울증이 심각하다. “당신의 마음이 매우 괴로울 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 괴로움에 100을 곱하면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비슷할 것입니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무서운지는 미처 몰랐다. 얼마나 힘들까? 

 

그러나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다 하여 마음이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마치 당장 어떤 병을 앓지 않는다 하여 몸이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힘도 좀 쓰고 활발하게 움직여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distress)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며 살 수 있어야 그 사람의 마음이 건강하다 할 수 있다. 

 

마음의 건강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모든 것이 직간접적으로 마음을 괴롭히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이 세상에는 몸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보다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몸과 마음은 상관관계(psycho-somatic)에 있으므로 몸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직간접적으로 마음의 건강도 해치고 그 역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기꾼은 비록 몸은 멀쩡하나 마음은 심각하게 병들어 있고, 송명희 시인 같은 장애인은 몸은 비록 병들어 있으나 마음은 누구보다 건강하다. 몸의 병이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몸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몸의 병을 고치는 병원도 많으나 마음의 건강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유물론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이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몸의 건강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이고, 마음의 건강이 우리의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든다. 몸에 병이 있어도 행복할 수는 있으나 마음이 병든 사람이 행복할 수도 없고 의미 있게 살 수도 없다.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기본적인 것은 우리의 탐욕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도 생물체인 만큼 생존을 위해 필요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고, 그것들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돈과 명예, 권력같이 본능적 욕구를 넘어선 사회적 욕구는 경쟁적이다. 즉 내가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적게 가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런 욕망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그만큼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적게 끼칠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평화로워질 것이다.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 물론 탐욕만 줄이면 모든 사람의 마음이 자동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한 탐심을 가지고도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경은 탐심을 매우 경계한다. 탐심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를 확실히 믿는다면 돈이나 명예, 권력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돈이나 명예, 권력 같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욕심을 줄이는 것은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의지의 결단이다. 성욕을 줄이는 약은 있어도 돈에 대한 욕심을 줄이는 약이나 수술 방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예수님과 바울 사도, 장기려 박사, 한경직 목사 같은 분들이 무슨 약을 먹거나 심리적 치료를 받아서 탐심을 이긴 것이 아니다. 심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인격체가 의지로 결정하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아파트를 팔았는데 얼마 후에 그 아파트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너무 속이 상해서 결국 우울증에 걸렸고 그 때문에 돈도 많이 허비하고 고생도 많이 했다. 과연 속상해하는 것이 정신병의 원인이 되는지, 탐심을 줄여서 마음의 평안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정신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정신병 전문가가 밝혀 낼 과제다. 그러나 그럴 개연성은 매우 높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탐욕을 줄이지 않고는 마음이 건강할 수 없고, 탐욕은 참된 신앙과 병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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