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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해고생활 13년, 콜트 노동자의 구슬픈 선율

최장 복직투쟁, 사장 ‘모르쇠’에 곡기 끊은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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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13

 

2007년 해고 후 13년째 복직 요구

사장 참석한 교섭 결렬, 단식 돌입

해고자 복직 및 사과·보상 이견 커

노조 양승태 사법농단 바로잡아야

 

지난해 1112KTX 승무원들이 긴 해고 생활을 끝냈습니다. 무려 12년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해 마지막 날 쌍용차 노동자들은 해고 10년 만에 공장으로 출근했습니다.

 

해고자로 10, 12년을 산다는 것. 감히 상상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은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거리의 천막이 거의 전부입니다. KTX 승무원과 쌍용차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오랜 기간 싸워왔습니다.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 지난 12일 천막이 놓였습니다. 이 회사를 다니다 2007년 해고된 노동자 임재춘 씨(57)는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13년 만에 사장이 직접 참석한 교섭이 열렸지만, 끝내 결렬됐기 때문입니다.

 

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60년 전 피아노 수입 회사에서 시작된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세계 최대 규모의 기타 제조사로 거듭났습니다. 이 회사의 연 매출은 1355억원에 이릅니다. 지금은 일렉트릭 기타,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기타, 앰프 등을 주로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품질 외에도 콜텍은 저비용·고부가가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1995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일렉트릭 기타 공장을, 1999년에는 중국 다롄에 어쿠스틱 기타 공장을 세웠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뛰어난 가격 경쟁력’, ‘국내에서의 치솟는 인건비가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생산시설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국내 공장은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20077월 한국 공장에 남은 250명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정당한 해고인지를 놓고 노사가 긴 법정싸움에 들어갔습니다.

 

▲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월 18일 박정호 콜텍 대표이사의 집무실을 찾았다. 박 대표가 자리에 앉아 노동자들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200911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 전체의 경영 사정을 종합 검토해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콜텍 사측의 해고 조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힙니다. 20146월 대법원은 미래에 대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며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박근혜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악한 재판 거래 결과였습니다.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대법 판결이 쌍용차, KTX 승무원 사례 같이 사법농단과 연관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4년 넘게 흘러 지난 1월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와 콜텍 사측의 교섭이 시작됐습니다. 노조는 정리해고에 대한 사과와 복직, 해고기간 동안의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진척이 없었습니다.

 

끝내 해고 노동자들이 박영효 콜텍 대표의 집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박영효 대표는 노조와의 면담에서 직접 교섭에 나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7일 해고 13년 만에 사장과 노동자들이 교섭석상에서 얼굴을 맞대고 앉았습니다. 그러나 박영효 대표와의 담판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노사의 이견이 매우 커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이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이나마 복직시켜줄 것과 정리해고 기간 동안의 보상금을 낮춘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회사는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악기 전시회 무지크메쎄’(Musikmesse)를 방문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국제 행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해외시장의 거래처를 찾아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예정돼 있습니다.

 

콜텍은 스스로 명품 기타를 만든다고 선전합니다. 그 뒤에는 낮은 인건비를 찾아 떠나버린 공장으로부터 내팽개쳐진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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