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 아침의 시] 드므라는 말 / 송재학

가 -가 +

서대선
기사입력 2019-03-18

드므라는 말

 

드므라는 말, 심심하지 않은가 수면 위의 ‘드’와 거울

이라는 ‘므'의 부력을 생산하는 후설 모음이다 물을 마시

고 저장하는 낮고 넓적한 독이라는데, 찰랑거리는 물소

리 대신 말을 잘 구슬리지 못한 혀가 앞장서면서 계면쩍

다 드므의 손잡이를 잡는데, 물냄새가 훅 다가오면서 브

라운 운동 하는 물결의 수화문이 어지럽다 다시 물드므

라고 들었기에 눈꼬리가 올라갔다 부적을 붙였기에 제

몸피보다 열 배 천 배 되는 물의 둥글고 모난 부피가 부

풀었다 물이 물을 삼키듯이 물도 꾹꾹 쟁여놓을 수 있다

물의 입에 물을 퍼 담거나 물이 물을 쥐어짜거나 물은 물

의 체온조차 외면하고 있다 불귀신의 얼굴을 요모조모

비추는 거울 같다는 드므, 물드므이기에 결국 가장자리

는 개진개진 젖었다 하, 그렇게 불을 해찰하던 드므, 내

눈물이 필요하다는 드므, 경복궁 근정전 월대 모서리를

지그시 누르는 평생이 있다 드므라는 말, 무거운가 가벼

운가

 

# 화마(火魔)는 머리가 좋은가보다. “물드므”에 비춰진 자기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니!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임을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인지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보통 생후 15개월이면 거울 속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인지 인지한다. 

 

동물들의 경우 유인원, 코끼리, 범고래, 돌고래 등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알아본다. 포유류 외에도 까치, 앵무새가 거울을 인지하고, 곤충 중에는 개미가 거울을 인지하며, 최근에는 시클리드라는 물고기도 자신의 모습을 인지한다고 보고되었다. 거울을 보고 자기를 자각(self-awareness)하고 알아본다면 그는 자아가 있는 생명체이다. 이런 생명체를 ‘비인간 인격체’라고 부른다.

 

“드므”는 궁궐의 중요한 건물 네 모서리에 방화수를 담아두는 그릇이다. 드므는 ‘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청동이나 돌로 만드는데 모양은 원형과 방형이 있고 솥 모양도 있다. 세 개의 손잡이 고리가 달린 드므는 방화수 용기 외에도 화마가 제 모습을 인지하고 도망가도록 하는 주술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곳에서 마구 쏟아내는 ‘말의 불똥’들이 불귀신처럼 어른거린다. 그 불똥들이 자칫 커다란 불씨가 되면, 막상 화상을 입게 되는 것은 국민들이 아닐지  불안하다. 화재를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다. 개미도 물고기도 거울 앞에서 자기를 자각한다고 하지 않는가. 인간인 우리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재앙의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마음속에 “물드므” 하나씩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려다 보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관련기사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ins_news3/ins_mobile/data/ins_skin/l/news_view.php on line 79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문화저널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