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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가족 / 서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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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9-04-30

가족

 

어미 새 쇠슬쇠슬 어린 새 달고 뜨네

볏논에 떨어진 저녁밥 얻어먹고

서녘 하늘 둥지 속을 기러기 떼 가네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

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우네

어미 새 아비 새 어린 새 달고 가네

 

# ‘저기 보세요. 온전한 두루미 가족이네요.’ 가이드가 가리키는 곳에 새끼두루미 두 마리를  어미 새, 아비 새가 양쪽에서 감싸듯 보호하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두루미 부부는 한 번에 두 마리만 부화하여 키운다. 추운 겨울을 지내려 철원 들판으로 오는 동안 새끼를 잃을 수도 있고, 도착한 곳에서도 새끼를 잃을 수 있다. 철원 평야를 천천히 지나며 재두루미, 흑두루미, 머리가 붉은 두루미들을 관찰하는 동안 새끼가 한 마리뿐인 두루미 가족, 새끼를 모두 잃고 부부 둘만 있는 두루미 가족들을 만나면서 철저히 가족 중심인 두루미 가족의 겨울나기가 만만하지 않아 보였다.   

 

“가족”은 자식들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베이스캠프이다. 어머니와 애착형성을 통해 사랑받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소속감과 안정감과 신뢰를 배운다. 아버지와 형제들과 조부모, 친인척으로 확장되는 인간관계를 통해 세상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들을 대하는 태도도 형성하게 된다. 자기에 대한 인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전략들을 익히는 것도 가족 속에서 이루진다. 바람직한 가족관계가 유지되려면, 가족 간의 위계질서, 필요에 따른 가족 역할의 순환, 외부와의 환류, 의사소통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미 새 아비 새 어린 새 달고” 또다시 혹한의 겨울이 시작되는 곳으로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울며 가면서도, 절대로 새끼를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지키며, 다음 정착지를 향해 떠나갈 준비를 하던 철원 평야의 두루미 가족들을 생각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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