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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의 ‘사딸라’식 협상, 최저임금委 또 파행

업종별 차등적용 무산되자 ‘전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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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06-27

결정구조 개편 추진하며 공익위원 8명 전원교체

사용자위원, 표결서 밀리자 최저임금위 보이콧

276차 회의 무산… 5년 연속 법정시한 넘겨

동결도 부족한 使 마이너스 인상카드 꺼내나

 

일딸라(1달러)는 너무 적소. 일급 사딸라(4달러)쯤 합시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3년 종영)에서 6·25전쟁 중 대한노총(현 한국노총) 최고위원 자격으로 미군 측과 임금협상을 벌이던 김두한(김영철 분)의 대사다. 십수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역주행한 장면이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에서 재현되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는 사용자위원의 집단 퇴장으로 인해 예정된 안건을 모두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 1호 안건(최저임금 결정 단위)2호 안건(사업의 종류별 구분)이 경영계의 뜻대로 표결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최저임금위는 세 번째 안건으로 노사 위원 각각의 최저임금 심의 요구안을 제출받아 논의키로 돼 있었다.

 

▲ 사진=Image Stock

 

회의는 노··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 전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1호 안건은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정하되 월 환산액을 함께 표기해 고시할지가 쟁점이었다. 27명의 위원 중 찬성 16, 반대 11명으로 월 환산액 병기 방안이 가결됐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하자는 2호 안건은 찬성 10, 반대 17명으로 부결됐다.

 

두 안건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기각되자 사용자위원들은 3호 안건 논의를 앞두고 집단 퇴장했다. 이들의 퇴장으로 회의는 끝을 맺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앞서 위원들은 두 안건의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3호 안건인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위원들이 집단 퇴장한 이유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좌절이다. 경영계는 지난 2년 동안 연속 10% 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주들의 부담이 과도해 업종별로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데 최저임금을 뭉뚱그려 적용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다.

 

법적으로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은)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놨다(4조 제2). ··공익위원들 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몽니를 부린 쪽이 사용자위원만은 아니다. ·사 위원들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수교대하듯 불참을 반복해왔다.

 

▲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지난해 개최한 집회에 참석한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이 “최저임금! 한숨만 나온다”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공익위원 8명 전원(고용노동부 국장급 당연직 위원 1명 제외)이 사퇴하는 난관을 딛고 어렵사리 재개된 터라 경영계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위원 전원 사퇴의 변()은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둘로 나누는 내용으로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년 연속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린 이후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최근 정부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최저임금 동결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가 독립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생각이 반영돼 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운동장은 경영계 쪽으로 다시금 기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 퇴장이라는 무리수를 둔 사용자위원의 속내는 뭘까. 일각에서는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8350원에서 내리자고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도 ‘1만원을 요구할 노동계에 맞서 최소한 동결이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테면 ‘8350원은 너무 많소, 시급 7천원쯤 합시다라는 사딸라전략이다.

 

한편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27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제6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사용자위원들은 불참했다. 이 때문에 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이날까지이던 최저임금 심의 기한을 넘기면서 5년 연속 법정시한 미준수라는 악습을 잇게 됐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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