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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황교안의 단식, ‘황교안의 당’ 위한 물갈이 공천 포석

단식투쟁의 목적 충분히 달성…이제 단식 중단이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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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국 기자
기사입력 2019-11-28 [09:36]

단식투쟁의 목적 충분히 달성…이제 단식 중단이 마땅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부터 단식투쟁을 하던 중, 27일 밤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한 시간 여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간 단식의 표면적인 목적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이다. 그러나 단식의 실질적 목적은 황교안의 당으로 만들기 위한 물갈이 공천을 단행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볼 수 있다. 단식투쟁의 노림수 등을 살펴본다.

   

절해고도에 내몰린 황 대표의 단식정치, 당내 상황을 반전

 

단식정치는 정치인들의 마지막 투쟁양식이다. 한국 정치사에 가장 유명한 단식은 1983년 5월 18일 광주항쟁 3주기를 맞이하여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행한 23일간의 단식투쟁이다. 이 단식으로 양김세력이 연합하여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결성되어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되면서 동토의 왕국을 깨트리기도 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비례제 철회' 등, 3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단식투쟁을 하던 중 27일 밤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이후 의식을 회복했다.

 

▲ 단식투쟁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황 대표는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며 "죽기를 각오하겠다"는 결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단식에 여권은 ‘민폐단식’이라 평가절하하면서 단식으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는 있으나, 여권은 내심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사실 황 대표의 단식은 약간 생뚱맞은 느낌이 있고, 단식의 목적으로 내세운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비례제 철회' 등은 정치협상의 대상이지 단식투쟁을 통해 쟁취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또한 지소미아 종료문제는 지난 22일 정부에서 실질적인 연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이 무산되자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강행했다. 이는 요구조건과 다른 단식목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비우겠다"며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의 당으로 만들기 위한 대규모 물갈이를 예고했다. 당 내분 정리 및 지도력 확보, 이것이 단식의 실질적 목적인 것이다. 즉, 황교안의 당으로 만들기 위한 물갈이 공천에 대한 반발 등을 무마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지난달 14일 조국 장관의 자진사퇴이후 한국당은 자축파티, 패스트트랙 가산점 부여, 박찬주 대장 영입시도 등 연속적인 자책골로 중도·보수층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고, 이로 인해 지지율이 날로 추락해 갔다. 때문에 황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면서 당이 난파직전의 상황으로 몰려가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섣부른 보수통합론에다 물갈이 공천 등으로 당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었고, 선거전망은 사실상 비극적이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중단 및 의회정치 복귀와 물갈이 공천 기대 

 

이러한 절해고도의 상황에서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다. 타이밍 상으로는 절묘하다. 그러나 그가 단식 명분으로 내건 지소미아 연장문제는 국가차원의 결단의 문제이고, 공수처법 포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철회 등은 단식투쟁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될 문제이지 단식을 통해 관철시켜야 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러므로 초기 단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여권은 ‘황제단식’로 평가절하하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단식투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 사무총장인 박맹우 총선기획단장이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한 50%선의 물갈이 공천을 공식화 했고, 단식 중인 황 대표는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공언했다. 단식의 힘을 빌러 물갈이 공천의 칼을 빼든 것이다. 이것이 단식의 실질적 목적으로 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한 50%선의 물갈이 공천설로 당이 우왕좌왕하면서 거의 난리가 났을 것이다. 여기에 보수 통합을 갈망하는 유승민 변혁 대표 등 보수층 인사들에게 갈갈이 찢겨 갈 수도 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식투쟁이 모든 내분과 보수대통합의 불협화음을 일거에 잠재워버렸다. 더하여 민주당이 최소한 의원정수만큼은 다른 야당들과 임의 합의하여 마음대로 증원할 수 없도록 하는 부수적 효과도 일정 거두었다.

 

정치초년생 황교안 대표의 삭발에 이은 단식투쟁은 결과적으로 당 내분을 잠재우면서 당을 ‘황교안의 당’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기반구축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야당대표로서의 선명성(투쟁성) 부각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황 대표의 단식이 정치지형 변화에 일정 기여한 것이다.

 

이제 황 대표는 단식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또한 물갈이 공천의 기반을 구축했으며, 보수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까지 변화시켜 정치적 체급을 일정 끌어올리는 전리품까지 획득했다. 그야말로 단식을 통해 당 내분을 제압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은 상황이다. 특히, 단식투쟁 중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서 후송됨으로서 결과적으로 최대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의회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황 대표의 단식은 암울한 시기인 1983년 5월 김영삼의 단식과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김영삼의 단식은 민주헌정 회복을 부르짖은 단식이었고, 황교안의 단식은 협상의 영역을 단식으로 치환한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진심어린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무한정한 단식은 자신의 생명만을 태울 뿐이고, 정치발전에 진정으로 도움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황 대표의 단식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직시해야한다. 국민들의 지지는 단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고, 선명한 투쟁 및 구태정치인 대규모 물갈이 공천 등으로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황 대표의 단식 중단 및 의회정치 복구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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