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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아픔,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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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기사입력 2008-06-25

ⓒ최재원기자
시와 아픔,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랑
문효치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문효치 시인을 말하기 전에 그가 현재 이끄는 국제 펜클럽에 대해 다소간의 상식을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문효치 시인은 바로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펜클럽이란 작가들의 국제적인 조직이다. 그 역사를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1921년 런던에서 영국의 소설가 존 골즈워디가 창설했으며, 그 후 전 세계 작가들을 포함하는 큰 조직으로 성장했다. pen이라는 이름은 '시인(poets)·극작가(playwrights)·편집자(editors)·수필가(essayists)·소설가(novelists)'의 머리글자들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국제 펜클럽은 지식의 국제교류와 전 세계 작가들 상호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일 외에도 나라·인종·종교·정치체제의 차이를 떠나 전 세계 모든 작가들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제 펜클럽은 특히 정부에 의해 고통받고 박해받는 작가들을 보호하고 후원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문학상을 수여하고, 그동안 소외되어온 나라의 언어로 쓰인 문학작품들의 번역작업을 후원하고, 그때그때의 정치·문학적인 주제를 갖고 회의를 열고, 팸플릿과 회보도 발간한다.

국제 펜클럽의 회원이 되려면 최소한 2권 이상의 책을 낸 실적이 있어야 하고 그중 하나는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이어야 한다. 본부는 런던에 있으며, 전 세계 60여 개국에 80개 이상의 지부를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는 펜클럽과 회원들 작품활동의 세계화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데 한 몸이 모자랄 정도이다. 지난번에는 중국작가들의 초청으로 한국 작가 11명과 함께 중국의 천진에 가서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환경보호론자이면서 생명 사랑의 시인

그리고 또 한가지, 그는 시인이면서 생명 사랑과 환경 보호론자이기도 하다. 그가 생각하는 생명이란 인간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동시대에 함께 하는 모든 생명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생명체는 그 나름대로 독특한 권리를 갖고 세상에 나왔으며 이와 동질성을 인정하면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제거되고 살상당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 아낌없는 사랑을 통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을 돌려놓자는 것이다.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잡초라고 생각하는 많은 풀들에게 농약을 쳐서 죽이고 그 위에서 한껏 폼을 잡고 골프를 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환경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모기와 파리조차도 나름대로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기에 우리는 이런 하찮은 것조차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원기자
문효치 시인, 그가 쓴 시들, 그것은 아픔 속에 잉태한 사리(舍利)들..

그를 잘 아는 평론가를 비롯한 시인들은 그를 일컬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가 이제까지 쓴 모든 시는 삶의 행위 결과로 빚은 사리나 마찬가지이다.  사리란 오랜 고행을 통한 노스님의 다비(茶毘)의 결과일 텐데 그의 시속에서 사리가 나온다는 이야기란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정신의 맑고 투명한 사리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의 시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한 삶이란 무엇이고 이 삶을 어떻게 살아있는 동안 영위를 할 것인가, 또한 삶이란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그의 삶의 경험을 통해서 조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많은 시인이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였겠지만 문효치 시인처럼 자신의 존재 의식과 존재조건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이를 시로 옮긴 시인은 드물 것이다.

그는 여타 시인들이 이러한 삶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화려한 수식어와 관용어, 또는 현학적인 수사를 동원해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의 시에 접근하기를 바라는 시인들과는 달리 평범한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서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도달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드는 자연현상, 즉 새나 동물의 삶과 바람과 흙, 꽃 등의 존재의미를 자신의 존재에 연결해서 동화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자(莊子)의 자연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그런 자유주의 사상을 일찌감치 시에 결부시키고자 노력한 시인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자신과 동의어가 되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삶을 누리는 일체 만물에게 생명력을 부여해서 함께 노래하는 시인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새는 어디론지 날아가/ 한줌 흙으로 잠자는데/

울음 소리는/ 아직도 가지에 빨갛게 달려서/ 더욱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감나무」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것의 끝은 죽음이고 그 죽음은 곧 흙이 되고 살아있는 새의 울음이란 죽음을 예비하는 몸짓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어긋나지 않는데 살아서 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시간의 존재는 영원과 맞닿아있지만 인간의 삶의 한계는 그와 반대인 한시적이고 언제가는 모두가 흙이 되어서 이 땅에서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 그 사라지는 동안에의 존재를 어떻게 인간다운 몸짓을 갖고 사느냐 하는 것이 바로 문신의 자문이고 그것이 화두이기도 한 것이다.

새가 날아가 감나무에 앉는 것은 감나무가 새의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마땅하기 때문이다.  감나무에 앉아서 어떤 이득을 바라고 희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휴식을 취하고자 집을 찾는다.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호화로운 집에 값비싼 가구와 장식물을 늘어놓기를 좋아한다. 인간은 누구에게 과시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일이다. 인간도 새와 같이 영원히 날아갈 수도 없고 생명의 시한을 결코 벗어날 수가 없기에 그저 휴식의 장소로 마땅하다는 것, 이런 집에서 꿈꾸고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새가 날아가다가 죽는 것과 같이 사람도 언젠가는 좋은 집이거나 허술한 집이거나를 막론하고 죽게 되어있다.

삶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고 그동안 시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한  문효치, 이순(耳順)의 나이가 훌쩍 지나고 이제 살만큼 살았다고 여겨질 때 그제서야 아름다운 시어와 금강석보다 더 단단한  시가 저절로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최재원기자

그의 주요 이력 사항
 
문효치(文孝治) 1943년 7월15일생
시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1943년 전북 옥구군 옥산면에서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바람 앞에서」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산색」

시집

제1시집『煙氣 속에 서서』
제2시집『武寧王의 나무새』
제3시집『백제의 달은 강물에 내려 출렁거리고』
제4시집『백제 가는 길』
제5시집『바다의 문』
제6시집『선유도를 바라보며』(문학아카데미)
제7시집『남내리 엽서』(문학아카데미)*2001년 문예진흥원 우수도서
시선집 『백제시집』(문학아카데미)*2004년 올해의 청소년도서

저서
『시가 있는 길』(문학아카데미)
『문효치 시인의 기행시첩』(문학아카데미)

수상
대통령상(교육대상)
동국문학상
시문학상
평화문학상
시예술상
펜문학상 등 다수


경력
배재중학교 등에서 오래 교직생활
『신년대』동인
『진단시』 창립 동인
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역임
동국문학인회장 역임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중국 천진대학교 석좌교수
동국대, 동덕여대, 대전대 출강
주성대 겸임교수


문효치 시인을 가장 잘 나타나게 하는 시가 있다. 그것이 비천이다. 하늘을 나른다는 것인데 이 시는 그를 아는 독자들로부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이다. 그래서 그를 일컬어 비천의 시인이라고 하는 독자들도 있다.

비천(飛天)

어젯밤 내 꿈속에 들어오신
그 여인이 아니신가요?

안개가 장막처럼 드리워 있는
내 꿈의 문을 살며시 열고서
황새의 날개 밑에 고여 있는
따뜻한 바람 같은 고운 옷을 입고

비어 있는 방 같은 내 꿈속에
스며들어 오신 그분이 아니신가요?

달빛 한 가닥 잘라 피리 만들고
하늘 한 자락 도려 현금을 만들던

그리하여 금빛 선율로 가득 채우면서
돌아보고 웃고 또 보고 웃고 하던
여인이 아니신가요?

그 여인은 꿈에 나타난 여인이다. 꿈에 나타난 여인은 그가 평소에 생각하던 이상형의 여인이 될 수도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술집의 작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꿈에 나타난 이상 이미 작부가 아니고 그렇다고 이상형의 여인도 아니다.  그저 그런 여인이지만 웬일인지 그 여인을 만나고 싶어지는 것은 삶이 그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들어서일까.  꿈에 나타난 여인치고 이름을 말하고 이름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어떤 인연을 이야기하는 여인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 여인을 만나면 무엇인가 반갑고 소원 같은 것이 이루어질 만하다는 데 어떤 가치를 둔다.

그렇다고 여인의 얼굴이 생각이 나는 것도 아니다.

잠에서 깨면 여인의 얼굴은 행방불명이 되지만 문득 그 여인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데 대한 불확실하고 희망에 대한 절망 같기도 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실에서 아무런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없을 때 문득 꿈에 나타난 이름 모를 그 여인의 존재,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 여인의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다. 다만, 아름답고 마음씨 착하고 지금의 마누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그 꿈속의 여인에 대한 향수,그것은 이상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바다 어둠

바닷물에 젖은
어둠이

내 살 속에 들어와 있던
물새 한 마리 지우고 있다.

내 뇌 속에 고여 있던
종소리 한 떨기

내 피 속에 섞여 있던
햇빛 한 다발

내 뼈 속에 짓고 있던
절 한 채 지우고 있다.

바닷물에 젖은
걸쭉한 어둠이
내 속을 걸어다니며

저기 아득한 시간
그 바깥의 머나먼 나라로
나를 밀어내고 있다.



국제 펜클럽 집무실에서 인터뷰 중 인  왼쪽 문효치 이사장,  동석중인 장충열시인과  필자 
ⓒ최재원기자
 
바다의 어둠을 바라보면 자못 두려움과 뭔가 모를 공포감을 자아내게 한다. 그 어둠은 나를 함몰시키고 존재 자체를 아예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어쩐지 어둠은 그에게 삶의 마지막 도피처인지도 모른다. 바다는 그 어둠을 더욱 장엄하게 만들고 범접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 어둠이 그리워진다는 것은 웬일일까.

태고로부터 이어진 무궁한 세월 속에 나의 존재는 가치 없이 스러져 버리고 그 어둠만이 존재할 때 나는 갈 길을 잃은 방랑자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이 어두운 바다의 끝에서 문득 삶의 허무와 무력함을 절실히 느끼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그 누군가가 절대자나 종교적인 어떤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어느덧 노년의 나이에 이른 문효치 시인, 저녁노을이 장엄하게 이글거리면서 타오르는 것처럼 그의 시와 생명에 대한 사랑,  현대인의 상실한 인간미를 되찾아주는데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에게 이미 노년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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