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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갑판 위 뱃사람 / 이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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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7-07-24

갑판 위 뱃사람

 

폭풍 온다는 예보도 두근거림

외판 찢는 유빙의 부유도 두근거림

항해 끝 정박의 묘박도 두근거림

삼십 육 방위 나침반 방향도 두근거림

뱃머리 두들기는 삼각파도 두근거림

신천옹 귀족적 활강도 두근거림

뱃전 곁 대왕고래 분기공도 두근거림

스탠리 희망언덕 민들레 개화도 두근거림

부산항 아가씨 브래지어 빛깔도 두근거림

살아있음 두근거림

 

# 매사가 시큰둥하고 무얼 보아도 “두근거림”이 사라졌다면 당신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육체적 나이와 상관없이 노인과 같은 시간의 영역 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엔 주위 사물들이 늘 새롭다. 모든 사물이 새롭기에 불안감은 높아져 가슴이 “두근"거린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기억을 아주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다양한 경험들이 서로 다른 기억들과 교집합을 이루면서 입체적인 기억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먹고 해가 갈수록 이런 경험의 일부가 자동화되고 일상으로 변해 버린다. 자동화된 경험들은 거의 새로운 의식의 그물을 짜지 못한 채 알맹이 없이 기억 속에 섞여들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하루나 일주일이나 한 해가 아주 짧게 느껴지며, 기억들도 공허해지고 나중에는 그 기억조차 붕괴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시간의 압축효과(time-compression effict)’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방주 위에서 광막한 우주 공간을 항해하는 “갑판 위 뱃사람”과도 같은 존재이다. 어제가 오늘 같은 ‘시간의 압축 효과’에 함몰 당하기보다는, 한 번 뿐인 삶의 갑판 위에서 “폭풍 온다는 예보도 두근거림”, “스탠리 희망언덕 민들레 개화도 두근거림”으로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 두근거림”을 실감해 보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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