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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왜 이렇게 얼었어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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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7-11-20

왜 이렇게 얼었어

 

왜 이렇게 손이 얼었어, 그가 물었을 때

대답 대신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만인가, 이 따뜻하고 간간한 액체

왜 얼었을까? 나는

왜 얼어서 늦가을 억새처럼 서걱거릴까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혼자 뒹굴까

시끄러운 세상, 궂은 날씨

촉새 참새 알을 까는 잔근심 때문인가

 

얼어 있는 것은 손만이 아니다

사는 일 갈수록 주눅이 들어

터진 입 열린 귀도 봉해 버리고

통째로 돌아앉아 짓눌리는 일

돌아앉아 벼랑깊이 빠져드는 일

그래도 가끔가끔 물어주면 좋겠다

왜 이렇게 손이 얼었어

대답 대신 한바탕 짭짤하게 울고 싶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오래오래 울고 싶다 

 

#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 “사는 일 갈수록 주눅이 들어/터진 입 열린 귀도 봉해 버리고/통째로 돌아앉아 짓눌리는 일/돌아앉아 벼랑깊이 빠져드는 일”들이 반복되면 자신을 지키던 정신의 면역체계인 자신감, 자존감, 자기효능감 등의 지표가 낮아지게 된다. 정신을 소진시키는 방어기제에 의존하다 보면 ”얼어서 늦가을 억새처럼 서걱거“리게 되고,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혼자 뒹굴“게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얼었어”, ‘힘들지’.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주는 따스한 말 한마디는 바람 쌩쌩 부는 추운 날 건네는 ‘손난로’와 같고 시린 마음에 둘러주는 털목도리와도 같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얼어서” 앓고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하는 때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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