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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눈이 오는 날은 눈 밖의 소리가 다 보인다 /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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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7-12-11

눈이 오는 날은 눈 밖의 소리가 다 보인다

 

하얗게 함박눈이 내리는 마당은

잠실蠶室, 누에방이다.

누에방에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눈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누에가 뽕잎을 먹을 때 내는 소리는

콩밭에 가랑비 내리는 소리

굵은 빗방울이 연잎에 듣는 소리

포목점에서 비단 찢는 소리

녹두알만한 누에똥이 후두기는 소리는

댓잎파리에 싸락눈 뿌리는 소리

섶에 올라 제 입의 명주실을 뽑아

하양 고치의 적멸보궁을 짓는 소리는

끝없는 정적으로 들어가는 소리

눈이 오는 날은 눈 밖의 소리가 다 보인다 

 

# 소리를 ‘보는’ 짐승은 박쥐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생존해야 하기에 스스로 소리를 내어 그 반사하는 소리로 ‘보는’ 것이다. 사람도 소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입견으로 보고, 편견으로 보고, ‘프레임(frame)의 법칙’에 따라서 보게 되면, 우리의 눈은 흐려지게 되어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아주 미세한 소리부터 천둥 벼락 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소리 영역의 많은 부분이 기계소리에 묻혀 있기 때문에 노인들만 앓던 ‘소음난청’ 현상이 청소년의 연령대 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자연 현상이나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결국에는 우리의 감각기관이 교란되어 의사소통은 물론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른다.

 

잊고 살던 자연의 소리를 보여주는 시인은 “하얗게 함박눈이 내리는 마당”으로 우리를 데려가, “누에가 뽕잎을 먹을 때 내는 소리”, “콩밭에 가랑비 내리는 소리”, “굵은 빗방울이 연잎에 듣는 소리”, “포목점에서 비단 찢는 소리”, “댓잎파리에 싸락눈 뿌리는 소리”를 보여준다. “눈이 오는 날은 눈 밖의 소리가 다 보”이던 유년시절이 아련하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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