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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뒤에 숨은 애경…피해자 호소에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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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7-12-22

불매운동 비껴간 애경…가습기 메이트는 사람을 죽였다

“사측에서 운영하는 것 없다”…후속조치 無, 절대 행동않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 참사 발생 이후, 옥시레킷벤키저의 익산 공장이 문을 닫았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면담을 하고, 특별구제 지원을 약속했다. 조금씩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옥시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옥시 레킷벤키저가 여론의 불매운동으로 직격타를 입을 때, 뒤에 숨어 사과도 없이 침묵을 이어오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은 제조사가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민 기업이 있다. 

 

바로 ‘애경’이다. 

 

애경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18만명에 사망자 28명

제조사인 SK케미칼에 책임 떠넘기고 나몰라라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애경에서 공급한 제품…35만개 공급 

 

애경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메이트 165만개를 판매했다. 판매량으로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이어 두 번째에 달하고 피해규모도 18만25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경 가습기 메이트만 사용했다가 사망한 이들만 28명으로 보고됐다. 

 

▲SK케미칼이 제조해 애경이 유통한 가습기메이트 제품의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그럼에도 애경 고광현 대표는 2016년 국정조사 당시 “SK케미칼이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 의심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안전성 검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관련 법규가 존재하지 않아 안전성 검사를 의무적으로 할 필요가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의원들의 질책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죄송스러운 심정”이라는 유감표명은 내놓았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는 172만5천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습기살균제 구먀자의 36.5%가 애경 제품을 이용한 수준이며, 애경은 ‘이플러스’라는 이름의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PB상품을 35만4천개 공급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마트가 받는 화살은 애경이 받아야할 화살인 셈이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포함된 살균성분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와 MIT(메틸이소티아졸론)는 환경부에 의해 유독물로 지정 고시됐지만,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뿐만 아니라 애경 가습기메이트에서 DDAC(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성분이 추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비난여론이 옥시 레킷벤키저의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에만 몰리면서 애경은 책임론에서 한발을 뺄 수 있었다. 2011년 제품을 전량 회수하면서 시중에 증거가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사태 때도…논란 비껴간 애경 

애경도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공급받고 있었다 

피해자들 요구 하나도 수용 안한 애경

가습기사태 6년 지났지만 “사측에서 운영하는 것 없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작년 9월 경에도 발생했다. 

 

한국P&G의 페브리즈가 국내에서 검증받지 않은 DDAC성분을 보존제로 사용했다 직격탄을 맞고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송염 치약이 CMIT·MIT가 함유됐다는 이유로 애경에 생활용품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내줬을 당시,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공급받고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이뤄진 것이다. 

 

이정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아모레퍼시픽에 가습기살균제 물질을 납품했던 미원상사로부터 CMIT·MI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공급받았다. 이에 애경은 자사 2080치약에 해당 성분이 들어가있지 않고 CMIT·MIT 공급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이 일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한동안 치약을 둘러싼 공포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확대됐지만, 애경은 일련의 논란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었다. 가습기메이트로 몸살을 앓았던 애경으로서는 한숨 돌린 모양새였다. 

 

▲ 지난 11일 오전 서울 AK플라자 구로본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시민단체 회원들이‘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캠페인 23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 논란에서 피해갈 수 없는 애경이 계속 책임을 회피하면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11일 서울 구로역에 위치한 AK플라자 앞을 찾았다. 피해자들이 애경 앞을 찾은 것은 7월과 9월에 이어 세번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져야 할 애경이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청문회에서 서고,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아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날선 경고를 쏟아냈다.

 

피해자인 강씨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이후 6년이 넘도록 지켜본 경험으로 기업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사회적 참사법의 한계를 파악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다치게 하고 죽게 한 기업이, 이제 소비자를 상대로 싸우려 하고 있다”며 향후 사과를 요구하기 보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피해자들은 지난 7월부터 애경에 △가습기메이트 구매·사용피해자 신고센터 개설 △애경에서 판매한 모든 가습기살균제 판매이력 공지 △공식사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이중 어느 하나도 이뤄진 것은 없다. 

 

더욱이 공정위TF는 애경과 SK케미칼을 상대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CMIT·MIT성분을 제대로 포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00ppm 정도 함유된 피톤치드에 대해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산림욕 효과를 일으킨다’고 홍보했다. 사실상 흡입을 권장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허위표시 및 과장광고 혐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애경이지만, 공정위의 검찰 고발과 관련해 “사측에서 할 말은 없다. 정부에서 고발을 한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 뭐라고 하겠느냐”며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해자들이 요구한 신고센터 개설 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사측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진지 6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애경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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