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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제약사가 준 '숙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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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민간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논리에서만 접근한다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이유는 없다. 어디까지나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한 기업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명(命)줄을 쥐고 있다면, 단순히 이익추구 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비껴갈 수 있을까. 2018년을 살아가는 국민들 중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적을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도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는 곧 기업의 성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한 제약사들은 사회적 책임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핵심의약품을 회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운용하며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안기고 있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로 최소한의 마진이 보장되지만 제약사들은 불만이 많다. 근본적으로 이익집단인 기업이 수익성을 등한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대안이 ‘공공제약사 설립’이다. 퇴장방지의약품 등 국민안전에 필수적인 의약품은 국가가 책임지고 생산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약품을 생산할 경우, 재무제표를 비롯한 내부 운영 시스템이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들은 안심하고 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공공제약사 설립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민간제약사만큼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기술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익도 악화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과거 BCG(결핵예방백신)을 국가가 직접 생산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위탁을 할 거면 공공제약사가 왜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위탁을 하더라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기업이 관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적인 예로 헌혈을 통해 모인 혈장을 관리하는 적십자와, 혈장을 받아 의약품으로 만드는 녹십자를 비교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국가기관이다.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으로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문제점이 생기면 시정명령을 받는다.

 

반면 민간업체인 녹십자는 국민의 혈장으로 알부민 제제와 IVIG(면역글로불린)제제를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감시망에서 자유롭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야할 책임을 대신 진다는 이유로 전폭적인 국가지원을 받는다.

 

기업 나름대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기업은 기업이다. 투명성 부문에 있어서도 기관만큼 투명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공공제약사 설립 문제는 단순히 ‘자본주의의 역행’으로 볼 것이 아니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진통’으로 봐야한다. 국민들에게 필수로 공급돼야 하는 의약품은 깜깜이로 생산·유통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지고 관리돼야 한다. 

 

이왕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려면, 사회적 책임의 기본 원칙인 투명성을 함께 강조해야겠다. 그것이 공공제약사 이슈가 업계에 던진 숙제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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