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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가족의 탄생 /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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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8-02-12

가족의 탄생

 

   물방울을 본다. 물의 방울을 본다. 물의 방과 울을 본

다. 물의 방 안에 갇힌 울은 울울하다. 물의 울에 갇힌 방

은 자꾸만 동글동글. 한 방울이 두 방울의 울을 뛰어넘는

다. 세 방울이 몰랑몰랑하게 가계를 꾸린다. 한 방울이 비

틀비틀 귀가하고 한 방울이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한

방울이 뒤뚱뒤뚱 유치원에 간다. 물의 방은 꽃이 피고 물

의 울은 새를 가둔다. 단란한 물방울 가족이 지구별에 착

륙했다. 물의 울이 그들을 엄호할 것이다. 꽃과 새의 말들

이 지하로 스며들 것이다. 당분간 물방울로 살아도 좋겠

다. 물과 방과 울은 증발하지 않기 위해 뭉치고 뭉치지만.

거대한 구름의 띠가 구축되고 있다.

 

# 헬기가 뜰 것이다. 드론도 띄울 것이다.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나는 헬기 속에선  목소리 톤을 높인 기자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 할 것이다. 드론은 고향 마을을 찾아가 낮게 날며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명절 음식 장만하는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온 국민들은 마치 강력한 장력으로 뭉치려는 “물방울 가족”처럼, 오래전 “지구별”에 착륙해서 고향이란 곳을 만들어준 그리운 “물방울”을 만나 더 큰 물방울로 합체되기 위해 달려가는 것만 같다.

 

‘수세(守歲)한다’는 뜻은 설맞이 준비가 바쁘니 섣달 그믐밤에는 잠자지 말고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년시절 두 눈을 비벼가며 잠을 참다가 스르르 잠들면 어른들은 아이들 눈썹에 흰 떡살가루를 발라 놓고 눈썹이 세었다고 놀리기도 하였다. “물방울”처럼 뭉친 가족들은 가족체계의 위계질서 속에서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덕담을 나누고 명절음식을 나누며 세시풍속을 즐겼다. 

 

“물과 방과 울은 증발하지 않기 위해 뭉치고 뭉치지만.” 산업과 경제구조의 변화는 전통적 가족제도에 “거대한 구름의 띠가 구축되”는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명절이 되어도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한 방울”의 물처럼 홀로 떨어져 헬리콥터와 드론이 보여주는 TV 속 고향 마을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이웃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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