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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국종에 대한 관심,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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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8-04-25

 © 박영주 기자

“간호사 태움이나 전공의 폭행으로 의료계 욕을 많이 하는데, 정말로 묻고 싶습니다. 이게 의료계의 문제입니까 아니면 어거지로 알아서 죽을힘을 다해 굴리는 시스템의 문제입니까?”

 

24일 국회를 찾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의료진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자 이국종 교수는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PPT를 만들고, 멀리 있는 서울로 달려왔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치인들과 보좌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국종 교수에 대해 관심은 가지지만, 정작 이 교수가 뭘 말하고자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지금의 의료시스템은 의료진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하나만을 붙잡고 제살 깎아먹기를 하라는 구조다. 적정수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가 더해지면서 의사들이 분노했다. 안 그래도 서로를 쫄쫄 태워가며 일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되는 현 상황에서 적정수가 보전에 대한 해결책 없이 진행되는 문재인 케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결국 참다못한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돌아온 것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뿐이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국종 교수는 “화끈하게 파업하는 화물연대가 부러웠다. 그들이 파업해버리니까 대한민국 전체가 물량 대란을 겪었지 않나.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의사들은 그럴 수 없지 않느냐”라며 밥그릇 챙기기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이국종 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가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결국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24일 진행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따른 손실분을 적정수가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들은 5개 외과학회 소속 의사들은 일단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케어의 취지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할 것인가에서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돈 안되고 고생하는 외과계, 의사들은 기피

정작 근로자들과 국민들에겐 가장 필요해

권역외상센터와 외과계, 수가지원 및 인센티브 강화해야  

 

현재 우리가 돈을 많이 번다고 알고 있는 의사직군의 근무환경은 이렇다. 일주일에 평균 76.1시간, 최대 130시간 일할 것. 환자가 잘못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살 것. 매일 손에 환자들의 피를 흠뻑 적시고 일할 것. 개인시간은 철저히 버릴 것.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속 혹은 벌금형을 감수할 것.  

 

‘의사들도 노동자’라는 이국종 교수의 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근무환경을 단순히 넘기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이탈하는 인원도 상당하다. 결국 젊은 전공의는 적어지고, 남아있는 전문의들의 부담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적정수가 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할까. 실제로 외과계 의사들은 “젊은 의사들도 돈 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가려고 하지. 돈 안되고 고생만 하는 외과계로는 안 오려고 한다. 정부에서 수가+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권역외상센터나 긴급수술 같은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가 충분히 보장하고 의사에게는 부담을 지우지 않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생과 사를 오가는 수술실에서 수가계산을 해가며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기 이전에 해결돼야 하는 요소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단순히 문재인 케어 반대하는 이국종, 밥그릇 챙기기 나선 의료계 등의 자극적 제목으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의료계의 붕괴는 우리 삶의 붕괴와 직결되는 문제다. 의료계의 시스템 개선 없이 무작정 진행되는 문재인 케어는 위험하다는 의료진들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 빠른 개선보다는 느리지만 확실한 개선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도록 의료진과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대안을 같이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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