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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다독거리고 있다 / 한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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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8-05-08

다독거리고 있다

 

지는 해보다 뜨는 해 그리고 밤하늘과 별과

내장에 모여 퀴퀴하게 썩은 한낱 무생물과

 

목에 힘

눈에 힘

말의 힘

발자국의 힘

 

다독거리고 있다

 

세상을 덮고 있는 반질대는 포장지들

지하도 계단에 쭈구린 땡벌이 등을

그늘 속 티끌 같은 먼지들을

햇빛이 다독거리고 있다

 

# “다독거리다”라는 말 속에는 어머니의 따스하고 너른 품과 손길이 들어있다. 어머니께서는 늘 “다독거리”면서 가족들의 삶을 보살피셨다. 텃밭에 잡초를 뽑고 난 후, 호미로 헤쳐 놓은 흙 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나 벌레들이 놀랐을까봐 흙을 그러 모아주며 “다독거려” 주셨다. 뽑힌 잡초는 모두 모아 퇴비 만드는 곳에 쌓아 두며 “다독거려” 주셨다. 비 개인 오후, 장독마다 열어 보며 가족들 입맛을 책임지는 장들의 안녕을 살피고, 새로 담근 된장에 불순한 것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다독거려” 주셨다. 성장하던 삶의 여울목에서 뾰족뾰족 가시가 돋을 때마다, 어머니의 “다독임”으로 바른길에 설 수 있었다.

 

“목에 힘”을 과도하게 주며 갑질 하는 사람, “눈에 힘”이 독화살 같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까지 찔릴 것 같은 사람,  “말”마다 가시가 돋아 있는 사람, 내딛는 “발자국”마다 짓밟는 것만 아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머니의 “다독임”이 부족 했던 건 아닐까? 누구도 눈 돌리려 하지 않는 “그늘”까지도 다가가 어머니 마음과 손길로 “다독거려주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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