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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우린 모두 가족처럼 / 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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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8-05-14

우린 모두 가족처럼

 

 드라마는 꼭 챙겨 봐 다큐도 6시 뉴스도 인간극장도 빠

뜨리지 않아 친해지면 가족이고 궁금하면 형제지 존중해

사랑해 드라마의 운명적 플롯 다큐의 아름다운 결말 세상

의 모든 독신자와 모든 노숙자와 모든 고아들에게 가족을

선사하잖아 핵가족 좋고 대가족은 더 좋아 행복하게 오순

도순 오래오래 살게 하잖아 늦어도 18회쯤 주인공은 달인

이 되고 적어도 주말쯤 범인은 잡히지 진짜 이웃처럼 진짜

가족처럼 설 만두 빚고 찜질방도 노래방도 함께하는 가족

은 일률적이야 일괄적이야 TV 속 가족은 해피해피 시시각

각 해피엔딩 모두들 극적으로 죽고 모두들 극적으로 살아

나지 진짜 아버지 나사렛처럼 싯다르타처럼 

 

#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 극단적이고 아찔한 사진을 올리는 페이스 북 친구에게선 외로움이 읽힌다. 하루에도 대 여섯 번 이상 일상을 보여주고, 감정을 여과 없이 배설하고, 투정을 부리는 페북 친구에게선 우울과 결속에 금이 간 가족이 읽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 번도 대면한적 없건만 가치관과 생각이 비슷한 페친의 경우 한동안 소식이 뜸해지면 “궁금해”진다. 페북 친구가 “가족”이라도 된 걸까. 

 

혼자 사는 노인의 식사와 청소와 집안일을 도울 뿐 아니라, 서로 대화도 나누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살던 노인이 현관에 놓인 의자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다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노인을 돕던 로봇은 여전히 노인의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보살피다가 배터리가 다 되자 먼저 세상을 떠난 노인 곁에 앉아 수명을 다하는 픽샤 단편 영화 속에 머지않아 도래할 우리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남은 밥이 있으면 조그만 나누어 주세요’ 라는 쪽지를 문밖에 붙여놓고 굶어 죽어간 작가 지망생, ‘송파 모녀’ 사건, ‘증평 모녀 사건’ ‘구미 20대 부자의 죽음’ 등은 이미 가족관계의 변화가 우리 곁 머지않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TV를 켜야만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외에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웃을 살펴보는 실천적 행동을 지역사회 복지사에게만 떠맡겨야 할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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