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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승태 한국 사법 흑역사에서 태어난 괴물”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 분야에 있어서 최악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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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 기자
기사입력 2018-08-14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 분야에 있어서 최악의 인물”

“반헌법 행위자,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우리나라는 정확히 3년 뒤인 1948년 8월 15일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국민들은 일제시기에 부역했던 자들의 처벌을 원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방해 속에 ‘반민특위’는 해체됐으며 친일은 단죄하지 못했다.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의 몰락과 함께 새로 등장한 군부독재 정권은 민주화 인사를 탄압했으나 87년 6월 항쟁을 겪으며 대한민국은 민주화의 새 시대로 나아갔다. 하지만 해방 이후 단죄하지 못했던 친일파처럼 민주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군부정권의 핵심 인물과 하수인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친일파의 경우 친일인명사전의 출간을 통해 이들의 행위를 세상에 남겼지만, 독재정권에 기생했던 인물들은 지금까지도 사법부의 엘리트로, 정치인으로 남아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이하 열전 편찬위)는 반헌법 행위자 115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처벌하지 못했던 이들을 역사적 법정에 세우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공개한 명단에는 ‘재판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친일경찰이자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앞장섰던 한경록, 임내현 국민의당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7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열전 편찬위 사무실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의’ 책임 편집인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만났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임이랑 기자

 

한 교수는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을 기획한 계기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는 없다”고 일갈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했던 사람들을 이제 현실의 법정에 세울 수 없지만 역사의 법정에는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헌법행위자열전’이 제2의 친일인명사전이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 한 교수는 “친일인명사전과 반헌법행위자열전의 인물 선정에 있어 시간적 기준이 다르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의 경우 정부 수립 이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일인명사전의 경우 ‘친일’이라는 큰 틀의 기준이 있었지만 우리는 확실한 기준인 ‘헌법’이라는 명문화된 규정을 통해 이를 파괴한 행위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과 명백히 다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정기준에 있어 한 교수는 이승만 정권 당시의 헌법, 유신시대의 헌법, 5공화국 헌법을 가지고 반헌법 행위자를 선정했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유신헌법의 경우 주위에서 ‘유신헌법이 헌법이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악랄한 유신헌법에도 사람을 무자하게 잡아 고문하고 죽이라는 내용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은 탱크를 몰고 나와 권력을 잡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헌법을 만들었지만 그 헌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자들”이라고 비판하며 “현재의 잣대를 통해 과거를 단죄하겠다는 얼토당토 안한 비난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열전 편찬을 진행함에 있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놓고 고민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열전에 포함될 400명 명단을 발표할 때가 2017년 2월이었다. 그때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나지 않았을 때”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포함한다면 한 정권의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법원장을 동시에 넣는 것 아닌가”라며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열전에 포함시킨 것은 몇 년에 걸친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그가 반헌법 행위자가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한 교수는 전했다.

 

한 교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 분야에 있어서 최악의 인물”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날리며 “간첩조작사건 6건, 긴급조치 사건 6건에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시대 강제징용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이 걸린 판결을 가지고 거래를 한 인물이 양승태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흑역사 속에서 양승태 같은 괴물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임이랑 기자

 

‘반헌법 행위자열전’에는 총 400여명의 인물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반헌법 행위자열전’을 서점에서 만나려면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각보다 부족한 자료와 정부 지원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반헌법 행위자열전’의 완성 시간을 늦추고 있다. 

 

하지만 한 교수는 “1년 정도 작업을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번에 1차로 발표한 115명의 경우 조사를 하고 자료를 찾는데 1년이 걸렸으니, 400명을 수록하기 위해선 약 5년에서 6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또한 그는 “재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5000원, 10000원씩 후원해주는 개미 촛불들이 있기 때문에 정권이나 다른 곳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한 교수는 “생각보다 편찬 작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이 작업을 마무리 하겠다”며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 작업이 끝나면 이와 반대되는 헌법을 잘 지킨 인물, 가인 김병로 선생, 이시영 선생 같은 분들을 한 곳에 기록해 보려고 한다”고 향후 구상을 밝혔다.

 

문화저널21 임이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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