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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갈등②] ‘한남’은 성범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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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8-09-11

대한민국의 남녀갈등은 ‘여성혐오범죄’를 계기로 타올랐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목격한 여성들은 “오늘도 살아남았다”고 외쳤고, 그동안 대한민국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성차별에 눈을 뜨게 됐다.

 

문제는 국민들의 젠더 감수성은 높아져가는데 반해 정책과 처벌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할 정책은 부재했고, 몰카·강간·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약했다. 설익은 정책과 처벌이 낳은 것은 결국 ‘남녀갈등’이었다. 

 

▲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대표적인 여성혐오 범죄로 불리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사진=문화저널21 DB /자료사진)

 

많은 남성들은 왜 여성들은 우리를 잠재적 피해자로 보느냐며 불쾌감을 표출하고, 각종 여성정책으로 인해 남성들이 피해를 본다며 역차별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성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없이 오히려 늘어났고 여성을 향한 폭력은 더 심해졌으며, 차별의 벽은 공고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성별갈등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은 정부가 해야 한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과 격리로 남성과 범죄자의 분리를 이끌어내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퍼주기 식의 여성정책보다는 성차별이나 성범죄를 막는 네거티브식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위주정책이 불편한 남성들, 취지는 알고 있나

○실질적 효과는 없는 여성정책, 갈등만 불러와

 

정부가 내놓은 성차별 해소 정책들에는 여성만을 위한 정책들이 많다. 

 

여성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고, 성범죄로부터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여성전용 주차장 △여성안심택배 △여성안심주택 △야간 안심동행 귀가 서비스 등의 정책들이 나왔다. 여성의 독박육아를 막기 위해 여성육아휴직 급여인상과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안심 정책들을 공격하는 남성들이 있다. 여성위주의 정책들이 오히려 성불평등을 조장하고, 여성들을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약자로 보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남성들의 주장에 대해 여성들은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과민반응할 일도 없을 것이고, 트라우마 때문에 여성안심주택에 들어가는 이들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여성전용주차장은 지하주차장에서 힘이 약한 여성들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마련된 정책이었다. 여성안심택배는 택배기사라고 밝히고 문이 열리면 들어가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막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야간안심동행 귀가 서비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스토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성안심주택은 강력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저소득층 여성 1인가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의 핵심은 '성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라는 것이 골자다. 남자는 범죄를 당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범죄와 남자가 남자에게 가하는 범죄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 대형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전용주차장의 모습. 여성전용 주차장 기둥에는 비상벨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그렇다면 이처럼 '분리'를 목적으로 한 여성정책들은 효과가 있을까? 우선 여성전용 주차장을 예로 들어보자. 여성전용주차장은 2009년 당시 여성가족부가 아닌 서울시에서 마련한 여성안심정책 중 하나다.   

 

일반형주차장이 백실선으로 표기돼 있고 2.0m×5.0m가 규격인데 반해 여성전용주차장은 핑크색 선으로 표시돼 있고 2.3m×5.0m(확장형은 2.5m×5.0m)로 넓은 편이다. 위치 역시 건물입구나 CCTV 주변에 설치돼있어 범죄를 예방하고, 아이들을 동반한 여성들이 보다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서울시는 강조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과는 반대로 여성전용주차장은 강력범죄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강력범죄는 2012년 4520건에서 2014년 5128건으로 되려 증가했고, 2015년에는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범죄자 김일곤이 여성전용주차장을 이용하던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는 '트렁크 살인사건'을 벌이기도 했다. 

 

여성전용주차장이 오히려 성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성이라면 무조건 핑크색이라는 색깔구분은 성 고정관념에 따른 결과물인데다가, 아이를 동반한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여성전용'이라는 제약이 차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여성전용주차장을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나 '유아동반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의도는 좋았다 하더라도 서울시의 여성전용정책은 도리어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물을 불러왔다. 철저한 분리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설픈 분리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성·남성 분리정책, 근본 해결책 아냐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성범죄자 처벌

○적발 '0건' 이라고 범죄 없나…부끄러운 대한민국

○성범죄자 처벌 강화로 '사회적 인식' 바꿔가야

 

현재 대한민국의 여성정책들은 대부분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남성들은 '과잉보호'라는 주장과 함께 '똑같은 세금을 내고 여성들만 정책의 혜택을 받는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눈앞에 있는 남성이 일반남성인지 성범죄자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 말한다.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는 방식의 여성우대정책이 갈등만 초래한다면 해결책은 생각 외로 간편하다. 성범죄나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논란을 해소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영국 BBC, 인디펜던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서는 한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몰카 범죄'에 대한 실태를 보도했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공포를 주는 몰카들이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탈의실, 운동장, 수영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범죄적발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찰청 통계를 기준으로 몰카·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성폭력 발생건수는 2012년 2400건보다 2017년 6470건으로 2.5배 이상 늘어났고, 작년 한해에만 하루평균 18건에 달하는 몰카범죄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경찰청이 전국 4만개의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100일간 진행한 집중단속에서 몰래카메라 단속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일반인 몰카'라고 인터넷에 치기만 해도 낯뜨거운 사진들이 올라오는 상황과는 정반대의 적발률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범죄의 발생빈도에 비해 적발률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잘못됐다며 보다 철저한 단속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남성들은 "적발건수가 0건이기 때문에 몰카는 없다"고 말한다. 

 

성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못하는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남성들이 대한민국을 '야만사회'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안심'이고, 안심이 보장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력한 '처벌' 임에도 대한민국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우리나라보다 성평등 지수가 높은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는 성 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다.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성범죄자를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종신형을 처벌한다. 스웨덴에서는 성을 파는 것은 범죄가 되지 않지만 사는 것은 불법으로 명시해놓고 이를 처벌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과거 성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거세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화학적 거세가 진행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성범죄를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굵기 1.27m에 길이 1.2m의 등나무로 매질을 하는 '태형'을 진행한다. 캐나다에서는 기소되자마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성범죄 대상이 아동이었을 경우 이유 불문 화학적 거세를 진행한다.  

 

▲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싱가포르, 캐나다 등의 성범죄 처벌 수준. 재판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 박영주 기자

 

성범죄자와 일반 남성을 철저하게 분리하다보니 해당 국가에서는 남성들 역시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남자가 아닌 범죄자로 인식하고, 여성들도 남성을 혐오하기 보다는 성범죄자를 혐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사실 여자도 좋았던 거 아니냐'라든가 '여자가 꽃뱀이었다'라는 말 자체를 꺼낼 수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를 안정화 시키고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중재해줄 수 있는 것은 국가와 법이 해야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판사재량 하에 감형을 해주는가 하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져 실질적 처벌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몰카범죄의 경우, 작년 한해에만 하루 평균 17.7건이 발생하고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들 까지도 “성범죄 무죄로 만들어드립니다”, “절대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마세요”, “인생의 오점을 지워드립니다”라고 광고하며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떳떳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성범죄의 현 주소다. 

 

최근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은 몰카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앞으로 몰카를 찍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장관직을 걸고 맹세한다"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안심할 수 없고, 편안하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야만사회다. 여성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법의 미진함을 인정하고 몰카범을 예방·추적·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킴과 동시에,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공중화장실은 물론 민간 건물 화장실까지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성범죄 처벌이 조금씩 강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러한 신호가 사회변화로까지 이어지려면 절반에 달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도와줘야 한다.

 

한국남자에게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 싫다면 성범죄자와 한남은 다르다고 증명하면 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범죄의 피해자가 내 여자친구, 내 아내, 내 엄마, 내 여동생을 넘어서 '나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변화해야 한다.

 

성범죄자를 옹호하거나, 살다보면 남자가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생각들이 '한남은 잠재정 성범죄자'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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