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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끼적] 망가져버린 사법부 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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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기사입력 2018-09-14

지난 13일은 사법부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기념식을 찾아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온전한 사법 독립을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은 국민이 사법부에 준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의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사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법개혁의 임무와 함께 출범한 김명수 대법원이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재판거래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사법농단)로 전현직 판사 5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지만 연루 판사들에 대한 증거수집은 물론 구속영장은 매번 기각을 당해 수사와 처벌이 전무한 상황이다.

 

피의자 신세가 된 법관들의 모습은 마치 방탄복을 입은 무서울 것 없는 범죄자와 같았다. 통상적으로 90%에 이르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양승태 사법농단 앞에서는 90%의 기각율을 보이고 있다.

 

기각 사유도 “법원행정처의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대로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 영장판사가 이들을 비호하거나 스스로 혐의에 대해 부인해주는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장판사가 압수수색 발부를 막는 동안 물증이 될 수 있는 법원의 문건 파일은 인멸됐다. 법원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 판사들이 동원돼 증거를 인멸하고 보호막을 치는 범죄행위를 방조 또는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대법원 앞에서 법원의 사법농단 수사 방해를 지적하며 ▲영장전담판사 전원 교체,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과 강제수사 방해 법관들의 사퇴, ▲입법안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법개혁추진위 설치,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지난 13일은 사법부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법원의 날’이다. 정확하게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며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1948년 9월 13일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날을 기념해 지정된 날이다.

 

70년이 지난 2018년 9월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국민들은 사법부의 독립은 사라지고 법관들은 스스로 청렴을 훼손했으며, 국민들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하는 날이 됐다.

 

▲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하루 앞 둔 12일 오전 시민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사법권, 차라리 AI에 맡기자

 

요즘 식당에 가면 주문 받는 기계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금액에 맞게 카드나 현금을 투입하면 된다. , 반찬, 음식 서빙은 손님의 몫이 되고, 식당 주인은 주방을 책임진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주방으로 주문이 잘못 전달될 일이 없고, 계산 착오가 생길 일도 없으며, 금고의 돈이 도난당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식당의 주문기계는 손님의 입력 행위에 반응해 결과값을 출력할 뿐이다. 일련의 정보 처리과정에는 오류가 없다.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달하면 소위 전문직으로 불리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게 된다. 변호사, 회계사 같은 소위 자 돌림의 직업들 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간단한 일기예보나 스포츠경기 보도, 주식시황 보도는 AI가 작성한다고 하니 기자들도 형틀에 목을 내놓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판사라고 다를까. 만약 ‘AI 판사가 등장한다면, 그는 온갖 법률 정보와 판례를 입력받아 판결을 출력할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 판사만이 갖고 있는 사법농단이니 재판거래니 하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오류가 생기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코드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최근 사법부의 개혁 속도나 행태를 보면 인간 판사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기자나 판사나 피차일반인 듯한데 AI에 자리를 빼앗기기 싫다면 좀 달라져야지 않겠는가. /성상영 기자

 

#사법개혁, 큰 기대 말아야

 

사법부는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아 그 어느 누구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양승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의 처벌 수위도 사실 큰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이 해방된 이래 사법부는 행정부와 그 행적을 같이해 왔다. 이승만과 자유당 독재정권에 부역했으며 이후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과 밀착했다. 사법부에서 이들 정권과 밀착한 인물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

 

또한 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한 시장권력에 사법부는 굉장히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과거 서울고법에 한 부장판사는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죗값을 치를 수 있다”고 뻔뻔하게 발언한 바 있어도 사법부에선 이를 바꾸기 위한 자생의 노력은 없었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사법부는 정권과 밀월 관계였다는 것도 현재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정권은 국민들의 저항 혹은 선거로 바뀌어 갔지만 사법부는 자신들만의 성에서 호위호식 해왔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사법부를 한 방에 개혁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어설픈 사법부 개혁은 훗날 ‘칼’이 되어 돌아왔다. 

 

진정으로 사법부를 개혁하고 국민에게 사법부를 돌려주는 것은 파격적인 방식의 개혁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의 진행 방향이 최소 ‘숙청’까지 가지 않는 이상 대법원장 할아버지가 온다하더라도 사법부는 바뀔 가능성이 없다. / 마진우 기자 

  

#제몸에 칼 못대는 판사들, 자정능력 없다

 

최근 한 언론사는 서울고등법원 법정에서 절도범이 판사와 다퉜던 일을 보도했다. 절도범인 A씨는 “대법원장, 판사는 누구 하나 처벌하는 것 없고 영장청구해서 조사하려고 해도 영장전담 판사가 빠꾸(기각)시킨다”며 “판사들은 뭐가 다르냐.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야. 나도 금수저 판사로 태어났다면 (범죄 안 저지른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물론 수차례 절도를 저지르며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준 범죄자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의 언행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법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절도범은 물건을 훔쳤지만 판사들은 나라를 훔쳤다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판사의 배지에는 ‘저울’이 그려져 있다. 말 그대로 공평하게 판결하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국민들은 지금 대한민국 판사들이 저울을 가슴에 달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다. 독립성을 갖지 않으면 좀 어떤가. 판사들이 외부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이든 판사든 공정하게만 판결한다면 사법부의 독립이 무슨 필요가 있나. 사법부의 독립을 이야기했던 양승태 대법원장 본인 조차도 독립의 대상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점은 간과한 모습이다.  

 

전지전능한 판사님께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는 개돼지들이 못마땅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사법부의 독립을 외치도록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판사들 스스로다. 곪은 살을 파내기 무서워 스스로에게 칼을 댈 수 없다면 이미 자정능력은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나. / 박영주 기자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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