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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연봉 5천에 최저임금 위반’ 현대모비스는 시작일 뿐

2019년 최저임금 8350원, 노사의 ‘10원 전쟁’ 발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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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12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 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고용부, 현대모비스에 시정 지시

초봉 5천만원에 최저임금 미달

기본급 낮고 상여금·수당 많은 탓

최저임금법 개정 후폭풍 본격화

 

현대모비스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시정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보다 적은 급여를 줬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신입사원 초봉은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9시간 기준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1900만원도 안 됩니다.

 

고용부가 10일 관련 보도에 해명을 내놨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정기근로감독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모 공장에서 5명에 대해 최저임금 위반이 확인돼 시정을 지시했고, 지난 7일 종결 처리했습니다. 현대모비스 산하 연구소에서는 201622, 2017101, 올해 135명이 최저임금 미달이었습니다.

 

 

이들 사업장이 고용부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시정 지시를 받은 이유는 임금체계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정기상여금으로 연 기본급의 750%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짝수인 달에 100%씩 주고, ·추석·여름휴가에 각각 50%를 주는 식입니다. 가령 월 기본급이 100만원이라면, 수당을 제외한 연봉은 1200만원에 750만원을 더해 1950만원이 됩니다. 각종 복리후생비와 수당을 더하면 연봉은 더 늘어나지만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듭니다. 현대모비스는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과 수당이 많은 임금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나 급격히 인상될 때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입니다. 최저임금법의 취지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강제해 모든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 있게 하자는 건데, 정작 고액 연봉자들이 최저임금법의 수혜자(?)가 된다는 논지였습니다.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최저임금법을 고쳤습니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가름하는 임금의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1회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됐습니다. 개정 최저임금법은 내년 11일부터 시행됩니다.

 

현대모비스의 사례는 재계의 우려를 처음으로 현실에서 입증한 셈이 됐습니다. 현대모비스 측은 2개월에 한 번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기상여금 중 일부(월 환산 최저임금의 25%)를 최저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첫 타자가 됐지만 다른 대기업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기상여금의 일부를 최저임금 계산 범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월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기업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상여금 지급 주기를 1개월보다 길게 정해놔 최저임금법 개정의 효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주5일 근무인 사업장에서 토요일은 무급으로, 일요일은 유급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의 대기업은 토요일도 유급휴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준수 커트라인이 올라갑니다. 최저임금법은 유급휴일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거나 토요일을 무급휴일로 바꾸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어떻게 하든 임금체계를 손질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금·단체교섭은 노사가 10원 한 푼을 놓고 벌이는 싸움입니다. 임금체계 개편 과정은 험로 그 자체입니다. 내년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 대기업 노사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예상됩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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