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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파랑과 초록 / 김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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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8-12-17

파랑과 초록

 

바닷속 물고기를

파랑이다!

초록이다!

파랑이라 우기고 초록이라 우길 때

장난친 햇빛이 웃는다

물고기도 웃는다

 

파랑에 초록 있고 초록에 파랑 있고

햇빛에 바람 있고 바람에 햇빛 있고

‘파도와 고요한 바다

그 둘이

다르지 않다‘*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에서  

 

우길 걸 우겨야지. “바닷속 물고기를” 한 쪽에서는 “파랑”이라고 우기고, 다른 쪽에서는 “초록”이라고 우기며 서로 자신만 옳다고 한다면 어떨까. “바닷속”이라는 특정 공간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사실인양 우기지만 실제로 물고기 본래의 색깔과는 무관하다.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영의 법칙(Young's Law)에 의해 빛의 간섭을 받게 된다.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빛의 간섭으로는 나비의 날개, 공작의 깃털, 물고기 비늘, 곤충류의 등 날개와 같은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빛에 반사되면 빛이 나거나 상호 간섭에 반응한다. “바닷속 물고기”를 “파랑”이나 “초록”으로 보게 되는 것은 제3의 요인인 빛의 간섭현상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이 본 것만 옳다고 우기게 된다면 “장난친 햇빛”에게 조롱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도와 고요한 바다/그 둘이/다르지 않다‘*고 전언한 원효대사의 말씀을 곰곰이 새겨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논쟁들 중에는 막상 핵심적인 것들을 놓친 채 자신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소모적인 논쟁만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려 깊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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