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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 감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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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8-12-24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

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졌다

 

주먹 쥔 손으로는

티끌을 주울 수 없고

누구한테 꽃을 달아 줄 수도 없었다.

 

꽃을 달아 주고 싶은 시인이 있었다.

 

산벚꽃 피었다 가고

낙엽이 흰 눈을 덮고 잠든 뒤에도

꺼지지 않는 응어리

 

그만 털어야지, 지나가지 않은 생도 터는데,

 

나무들 모두 팔 쳐들고 손 흔드는 숲에서

나무 마음을 읽는다.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 “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져” 마음마저도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상처 입은 건 나인데, 왜 나만 억울하게 참아야하는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깔깔거리며 잘만 지내고 있다니. 말아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마음속으론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몸도 마음도 아프다. 복수 중 가장 커다란 복수라면 상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주먹”을 풀으시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조용히 기다리면 시간이 그를 데려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지니고 있는 것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굳이 “주먹”으로 상대에게 어퍼컷을 날리지 않아도 시간이 당신을 대신해서 당신의 복수를 해줄 것이다. 화만내고, 복수심에 불타서 하루하루를 건너기에는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이 많지 않다. 

    

“주먹 쥔 손으로는/티끌을 주울 수 없고/누구한테 꽃을 달아 줄 수도”없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대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를 견뎌냈느냐이다’. “낙엽이 흰 눈을 덮고 잠든”숲 속에 들어 “나무들 모두 팔 쳐들고 손 흔드는” 나무의 마음을 읽어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주먹” 풀어보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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