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勞란 신호등] 경영계의 눈물겨운 최저임금 인상 방어전

16.4%·10.9% 2년 연속 두 자리 수 인상 무력화에 총력

가 -가 +

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27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 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법정 주휴일만 최저임금에 포함돼

경영계 주휴 이중 부담 억울하다

 

얼마 전 현대모비스 신입사원 초임이 연 5000만원이 넘는데도 최저임금을 위반해 고용노동부가 시정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들썩였습니다.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과 수당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월 환산 최저임금에 유급휴일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본질과 거리가 먼 주장입니다.

 

현대모비스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현대모비스가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됐다며, 최저임금 계산에서 유급휴일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일하지도 않은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넣으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 강조합니다.

 

▲ 2019년 최저임금 8350원.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유급휴일을 최저임금에 넣을지 말지는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던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때 예견됐던 문제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올랐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10.9% 올라 8350원이 됩니다. 여느 때보다 큰 폭의 인상을 상쇄해 보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국회는 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키로 법을 고쳤습니다.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빼자는 주장도 그 일환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은 시급과 함께 월급으로 함께 고시됩니다. 문제는 한 달 동안 일한 시간입니다. 그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해 고시할 때에는 209시간으로 계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한 상황을 기준으로 하고, 1회 유급 주휴일 8시간을 추가로 반영한 겁니다. 하지만 경영계는 유급 주휴일 8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란 노동자와 사용자(경영자)가 하루 몇 시간, 일주일에 며칠 출근할지 근로계약서를 통해 약정한 시간입니다.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40시간) 출근하기로 했다면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으로 계산합니다. 주휴일을 빼면 이미 시급 1만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의 근거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관련한 사건에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소정근로시간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에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은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으로 환산한다고 돼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휴일을 포함한 209시간으로 행정지도를 해왔는데, 대법원은 따로 본 것입니다.

 

앞서 현대모비스 사례로 돌아가 보면,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월 환산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은 243시간이 됩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역시 174시간 기준으로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야 합니다. 이는 경영계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반대로 노동계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유급휴일로 정했다면 월급을 243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 사이에서 제법 그럴 듯한 절충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정 주휴일만을 최저임금 월급-시급 환산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개정안이 오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월 환산 기준 시간이 209시간으로 명확해집니다.

 

참 괜찮은 절충안으로 보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특히 경영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필두로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지난 17일 관련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주휴수당 같은 유급휴일수당은 근로제공이 없음에도 임금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강제 부담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정에서까지 더 불리한 판정을 받게 됨에 따라 이중적으로 억울한 입장에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일 안 하고 일당 주는 것도 억울한데 최저임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는 불만입니다.

 

경영계는 또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까지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구조인지를 명백히 반증하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리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손보려고 해도 강성노조때문에 못한다고 합니다. 경영계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체계가 복잡해진 데에는 사용자 측 역시 한 몫 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듯합니다. 최저임금 탓, 강성노조 탓 이전에 자신들이 협상의 주체였고,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문화저널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