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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 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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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9-01-14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 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 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럼 그저 울기만 하더라

목 놓아 물기만 하더라

네가 어쩌면 그처럼 여위었느냐

멀고먼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

네가 날 찾아 정말 왔더라

너는 내게 말하더라

다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눈물어린 두 눈이

그렇게 말하더라 말하더라.

 

 

# 어떻게 짐작이나 할 수 있었으랴. 영원한 이별이 되리라는 걸. 전쟁의 참혹함이 어떤 것인지 미처 체감하기 전 부모님께서는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잠시 남쪽으로 몸을 피해있으라 했을 뿐이었다. 착한 아들은 부모님 말씀 따라 잠간 아주 잠깐 부모님 곁을 떠나 있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꿈에 네가 왔더라./스물 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마흔 일곱 살 나그네 되어/네가 왔더라/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너는 울기만 하더라/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한마디 말도 없이/어린애처럼 그저 울기만 하더라”. 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부모의 마음은 으레 그 자식을 따라간다.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는 김 시인이 다시는 돌아 갈 수 없었던 고향에서 자식을 걱정 하시며 늙어 가실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 쓴 시이다.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 못한 세월만큼 밤마다 가위 눌리며 몸부림쳤을 시인은 ‘가버렸어/그 많은 시간 다 가버렸어’ ‘제 가족 먹여 살린답시고/바쁜 체 돌아다니다보니’, ‘이래서 한 잔 저래서 한 잔/먹을 것 입을 것/그런 것에 신경 쓰고 살다보니/아, 다 가버렸어/알맹이는 다 가버렸어(죽여주옵소서 시 부분)’ 라며 한탄했다. 

 

부모님과 생이별로 명치 끝에 늘 맷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가슴을 치던 김 시인은 끝내 북쪽의 부모님과 상봉하지 못한 채 이승을 하직했다. 그는 ‘북녘 내 어머니시여/놀다 놀다/세월 다 보낸 이 아들을/백두산 물푸레나무 매질로/반쯤 죽여주소서 죽여주옵소서’ 라며 통한의 마음을 시로 남겼다. 아직도 그립고 그리운 가족들을 상봉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긴 이산가족들이 계시다. 그 분들의 마음이 김 시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리라. 올 해는 이산의 아픔을 어루만져 드릴 수 있는 통 큰 방법들이 실천되길 소망해 본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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