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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욱 작가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것도 ‘저항’”

장편소설 ‘왜곡된 기억’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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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 기자
기사입력 2019-01-31

‘육빵’들의 슬픈 잔혹사 ‘왜곡된 기억’ 출간한 김재욱 작가

인문·정치평론 서적 벗어나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왜곡된 기억’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어필 

“수수한 삶을 글로 쓰고 싶어, 내 인생서 가장 소중했던 시절”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바로 군대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군대 이야기만큼 서로가 가장 ‘빡세게 했다’고 목소리 높이는 대화 주제는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이야기가 술자리 혹은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그 속에 다양한 개인의 모습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왜곡된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낯선 ‘육빵’(6개월 방위병) 출신의 경우 현역 출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군 생활을 보냈다는 남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깔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역으로 제대한 남자들에게는 가소롭겠지만 자신의 ‘6개월 방위병’ 생활을 책으로 낸 용감한(?) 저자가 있다.

 

▲ '왜곡된기억'의 저자 김재욱 작가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맹자, 제멋대로 읽기’ 등의 한문고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해왔던 김재욱 작가가 이번엔 ‘왜곡된 기억’이라는 자신의 군 생활이 기반이 된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수수한 삶을 글로 쓰고 싶었다. 인문학자로서 한문고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삼국지 인물전’과 같은 정치평론 책으로 나의 주관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소중했던 시절을 글로 쓰고 싶었다. 그게 어쩌다보니 군대 이야기”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김재욱 작가.

 

그를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6개월 방위병’ 시절을 글로 담은 신작 ‘왜곡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편하게 하고파”

40대 후반 됐지만 여전히 군대 달라진 거 없어

 

‘왜곡된 기억’의 출간 배경에 대해 김재욱 작가는 웃으며 “책을 낼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곡된 기억’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편하게 해보고 싶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자신의 살아온 삶 속에서 ‘6개월 방위병’ 시절을 선택해 책으로 낸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현역도 아닌 방위병, 그것도 6개월 방위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게 생소할 수도 있지만 현역·방위병을 떠나 군대는 20대 시절 내 의사와 상관없이 억압된 구조에 편입된다. 억압된 구조에서 ‘이게 뭐지?’ 라는 생각과 ‘젊은 날을 이렇게 버려야하나’ 하는 생각에 억울함이 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강제로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조금 더 군대라는 조직을 들여다보면 너무 불합리하다. 사회에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고 하다못해 집회라도 한다. 그러나 군대에선 할 수 없다. 결국 ‘내가 덤벼봤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타협도 한다. 문제는 내가 이제 40대 후반이 됐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게 많다.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방위병제도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공익근무요원이 대체했다. 과거 시골에서 근무하는 방위병들에게 ‘똥’자를 앞에 붙여 비하하고 차별했다. 이러한 차별적인 시각은 방위병을 대체한 공익근무요원들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김 작가는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자신은 차별을 당한 적은 없다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실 6개월 밖에 안 해서 잘 모르겠다. 18개월 방위병이라면 차별 등을 당했을 것 같다. 18개월 근무를 하는 선임들은 밖에서 무시를 당했다고 화를 냈던 적도 있다”며 회상했다.

 

©성상영 기자

 

이어 “옛날에는 2대 독자면 6개월 방위를 갔고 나는 이 혜택을 받았다. 특별히 군 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받은 적도 없고, 전역 후에도 이런 일들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왜곡된 기억’에는 김 작가 외에도 군대 면제를 받기 위해 정신 이상자를 자처한 이상수 일병, 험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던 강인수 일병, 부대 내에서는 큰소리 치면서도 정작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쩔쩔매는 이상철 일병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들의 이름은 가명이다. 

 

김 작가는 이들 모두를 한 명씩 기억하며 특히 강인수 일병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김 작가는 “싸이월드가 유행했을 때 일촌 파도타기를 하다가 강인수 일병을 만났다. 오래전이지만 잠시 그 분과 연락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같이 군 생활을 한 선임들과 연락이 안 된다. 사실 ‘왜곡된 기억’을 많은 독자들이 읽고 전해져서 이 선임들에게까지 전달됐으면 한다. 다시 만나게 되면 옛 추억을 기반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웃었다. 

 

오래된 기억 더듬었기 때문에 ‘왜곡된 기억’

무거운 제목과 달리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내용 가득 차

사람과 사람사이서 발생하는 모순 생각해봐야

 

김 작가의 ‘왜곡된 기억’은 무거운 책의 제목과 달리 에피소드를 통한 다양한 대화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왜곡된 기억’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김 작가가 군 생활을 재밌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목과 달리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지만 김 작가는 왜 책의 제목을 ‘왜곡된 기억’이라고 했을까. 이 물음에 대해 김 작가는 “소집해제가 된 지 벌써 26~27년이 됐다. 오래된 기억들을 더듬어 썼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말 그대로 ‘왜곡된 기억’이다. 나름대로 군 생활의 부조리함과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제목이 독자들에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작가는 이 대목에서 ‘저항’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고참·선임병에게 덤벼들고 부조리에 저항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심이 ‘왜곡된 기억’에 담겨있다. 쉽게 말해 ‘왜곡된 기억’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저항’”이라고 말했다.

 

©성상영 기자

 

김 작가는 “지금은 자꾸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좋아졌다’ 혹은 ‘세상은 좋아졌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물론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내가 군 생활을 했던 시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독자 입장에선 ‘왜곡된 기억’을 읽고 나를 향해 ‘비겁한 놈’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군대라는 조직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모순에 대해 우리가 모두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 책을 냈으니 많은 분들이 ‘왜곡된 기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독자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올해 일정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제 분야인 한문학 혹은 동양고전과 관련된 신간이 나올 것 같다. 더불어 2월 말부터는 인문학, 한문고전을 가지고 팟캐스트로 여러분들을 만날 것 같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향후 구상을 밝혔다.

 

문화저널21 임이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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