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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할 수 있는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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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9-02-11

할 수 있는

 

아침저녁 개밥 주는 일

수시로 개똥 치우는 일

나이든 삼순이 눈곱 떼어주는 일

때론 눈가의 눈물 닦아주는 일

하루 한 번 개 산책시키고

일주일에 한 번 개 목욕시키는 일

 

내가 하는 일

 

누군가에게 밥을 주는 일

누군가의 대소변을 받아주는 일

누군가의 눈물 닦아주는 일

누군가를 목욕 시키는 일

누군가를 부축하여 산책시키는 일

 

내가 할 할 수 있는 일

 

내가 본능적일 때

내가 동물임을 잊고 살 때

내가 비이성적일 때

내가 인간임을 잊고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구름과 별과 밤과 바람을 만드는 일

그리고 인간이 되어가는 일

 

개를 씻기고 나서

꼭 개가 되지 않는 일

 

# ‘네 다리, 두 다리, 세 다리로 되는 것은 무엇인가?(What has one voice and becomes four-footed and two-footed and three-footed?)’ 라는 스핑크스의 질문은 ’네 다리, 두 다리, 세 다리, 다시 네 다리로 되는 것은 무엇인가?‘로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 태어난 영아가 네 다리로 기어 다닐 수 있기까지는 빨라도 생후 약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다. 이와 마찬 가지로 인간은 생을 마감하기 전 약 6개월 정도는 기어 다니기 조차 어렵고, 기저귀를 찬 유아처럼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생후 12개월부터 아기는 걸을 수 있지만 방향감각이나 조망능력의 발달이 완성되지 못해 보통 5-6세까지는 보호자가 동반되지 않은 문밖 외출은 위험하다. 노년의 삶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게 된다. 

 

반려동물중 하나인 개의 수명은 평균 15년 전후다. 인간의 곁에서 늙어가는 반려견을 보며, ‘길들인 것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저녁 개밥 주는 일/수시로 개똥 치우는 일/나이든 삼순이 눈곱 떼어주는 일/때론 눈가의 눈물 닦아주는 일/하루 한 번 개 산책시키고/일주일에 한 번 개 목욕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늙으신 부모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인간임을 잊지”않는 것이라고 시인은 전언하고 있다.  

 

‘반포지효(反哺之孝)’란 새끼 까마귀가 성장 후에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병들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식사, 배설, 목욕, 세탁, 간호 등을 집에서 24시간 돌볼 수 있는 자손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요양원 시설이다. 그러나 정작 부모님들께서는 요양원을 ‘현대판 고려장’으로 인식하시는 듯하다. 요양원 생활은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음식 선택도 제한된다. 룸메이트나 간호사를 선택 할 수 없고, 통증이나 질병 발견이 늦어 질 수도 있고, 사생활 보장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그보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다. 자녀의 온기를 느낄 수 없고, 외롭게 방치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대의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에 비해 웰 다잉(Well Dying)은 그늘에 방치되어 있다. 산자들의 공동체에서 소외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계소리 윙윙 거리는 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원에서 버려졌다는 슬픔 속에 견디시는 경우가 많다. 우리사회의 버팀목이셨던 어르신들, 그 덕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어떤 제약 조건 없이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재가노인의 맞춤형 서비스’와 양로원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천적 대책이 더욱 심도 깊게 요구된다. ‘자식보다는 지팡이가 날 도와준다’는 가슴 아픈 하소연들을 사라지게 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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