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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출족’으로의 변신이 삶을 바꿨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일상 속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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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기사입력 2019-02-12

▲ 최세진 

새벽 530. 어김없이 기상해 바깥 날씨부터 확인한다. 조간신문을 훑어보고 아침식사를 한다. 자전거로 집 밖을 나서면 이른 아침 한강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그렇게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 그리고 일렁이는 물결을 보며 오늘 하루도 설렘과 기대에 벅차다. 매일 자전거로 출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필자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벌써 10 여년이 넘게 자출족으로 살고 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건강을 선물한 자전거야말로 주치의이자 친구이고 동반자다. 지인들 중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을 보면 최고의 명약은 자전거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 됐다. 어느덧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전도사가 됐다. 훗날 자전거와 함께하는 힐링을 주제로 책도 내 볼 요량이다.

 

자전거가 준 선물, 철인3종에 도전장을 내밀다

 

10년 전 여름 지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그저 환담이나 나눌 생각으로 갔더랬다. 몇 마디 말이 오가다 이 나이에 하는 대화가 늘 그렇듯 건강 얘기로 흘렀다. 병원장인 그는 병원에 온 김에 진찰이나 받고 가라고 했다. 혈압을 재고 청진기를 몸에 갖다 댄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러더니 입원을 강권했다. 제대로 검사를 해보자는 것이다. 계획에 없던 검진이 시작됐다.

 

당시는 50대 중반. 건강에 아직 자신이 있을 때였다. 이윽고 나온 건강 성적표는 처참했다. 고혈압, 고지혈증, 위궤양까지 흔히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그 모든 증세가 빼곡히 열거돼 있었다. 치료약을 처방받아 먹는 고위험 환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잘 먹고 잘 쉬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게 건강의 비결이라 했던가. 진료를 본 의사 역시 같은 말을 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없었다. 중년을 넘어 장년을 바라보는 때에 할 만한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일까. 자전거가 문득 떠올랐다.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만 해도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 있을 터.

 

그때부터 자전거로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집에서 여의도 회사까지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왕복 60km를 출퇴근했다. 지금은 사옥을 서초구 양재동으로 옮겨 왕복 40km 정도로 거리가 줄었다. 모자라는 20km를 더 채우려고 일부러 목적지를 지나쳤다 돌아오는 때가 많다.

 

얼마 후 자신감이 생겼다필자는 무턱대고 철인3(올림픽코스경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제한시간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온갖 성인병으로 점철된 건강검진 결과표를 말끔히 떨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5월이 되면 철인3종에 나가 유산소운동의 극치를 맛보곤 한다.

 

▲ 2018. 5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열린 제15회 철인3종협회장배 신안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 사이클 경기모습.

 

▲ 2018. 5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열린 제15회 철인3종협회장배 신안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 결승점 통과.

 

치유의 시간, 나만의 낭만을 찾아서

 

지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 나 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려고 노력한다. 금요일이면 점심을 넘겨서부터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지, 목적지와 코스를 정하고 일정을 짜다 보면 하루가 짧다. 대개 아침 첫 고속버스로 목적지 터미널에 내리면 약 150km 정도 자전거를 탄다. 라이딩이 끝나는 지역의 터미널에서 다시 고속버스로 귀경한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토요일 하루를 꽉 채운 여행은 자연과 함께 숨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의 장이다. 어느 지역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장은 사람 사는 게 뭐 별 거 있겄슈?”라며 그 놈의 욕심이 문제인 것이여,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도 죽기는 죽대요. 안 그려유?”라고 했다. 구수한 사투리에 정감이 묻어나오고 삶의 진리가 담겼다.

 

자전거로 방방곡곡을 누비며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은 진솔하고도 순수하다. 그 속에는 이해와 타산이 각축을 벌이는 비즈니스도 없고, 갈등도 없다. 사람이 빠지기 쉬운 교만, 패거리 짓기도 없다. 그야말로 재충전, 치유, 힐링이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건강해진 몸만큼이나 정신이 되살아난다.

 

최세진

문화미디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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