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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땅콩회항에서 ‘조양호 OUT’까지…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요지부동 한진 조양호에 위임장 맞든 사람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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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04-01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 인터뷰

투사 양산하는 사회, 용기의 대가는 비참했다

모든 것 잃었지만 선한 의지에 희망 얻어

노동조합, 최소한의 보호막… 최선 다할 것

 

주주의 손에 의해 물러난 첫 최고경영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자 전()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신에게는 굴욕적인 수식어일 테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슴 뿌듯한 말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3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쫓겨났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대한항공 주총 결과를 평가하자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와 해외 연기금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대표가 그 원인이다. 결정타는 참석 주주 3분의 2 찬성을 안건 통과 요건으로 정한 대한항공의 정관이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다.

 

하지만 조양호 퇴진이라는 폭풍이 불어오기까지 나비는 어디선가 힘겨운 날갯짓을 했을 것이다. 5년 전 송곳처럼 삐져나온 한 사람의 용기는 재벌가의 전횡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박창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은 작은 시작이지만 직원연대가 결과를 이끌어냈고,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기에 바람을 일으켰다고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     © 성상영 기자

 

박창진 지부장은 그 과정을 매우 힘겹게 털어놨다. 사회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지켜주지 못했다. 박 지부장은 언론이 없는 것도 아니고 판검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모든 걸 방치하고 있었다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피를 철철 흘리면서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불합리한 구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 지부장은 불합리한 구조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조현아 씨의 잘못된 행동과 사건 진행과정이 조명됐지만, 대한항공 안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던 모양이다. 박창진이라는 이름이 전파를 탈수록 다른 직원들의 따돌림과 상사들의 괴롭힘이 정도를 더해갔다. 박 지부장은 지금도 제가 지나가면 저기 땅콩 지나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신적 고통과 그로 인한 신체적 후유증을 호소했다.

 

일개 직장인이 회사 오너에 맞선다는 건 어지간한 결심을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박창진 지부장이 땅콩회항 사건을 낱낱이 고발하지 않고 자신이 당한 문제로만 묻어뒀다면 주총의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는 일개 직장인에게 투사가 될 것을 강요했다.

 

대한항공 기내 사무장이 더 익숙한 그를 두고 사실 지부장이라는 호칭은 아직 낯설다. 지난해 직원연대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총수일가의 갑질에 참다못한 몇몇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나온 정도로 여겼다. 직원연대는 대한항공 내 또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했다. 박창진 지부장은 또 한 번 총대를 멨다. 그는 노조 지부장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다 잃어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선한 의지를 봤다고 전했다.

 

▲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     © 성상영 기자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박창진 지부장은 이제 주총 이후의 대한항공을 그려야 한다. 조양호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영향력으로부터 대한항공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박 지부장은 대한항공이 망가진 이유가 조 씨 일가 때문인 건 확실하다면서 땅콩회항 이후로 5년간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족벌경영 체제를 유지하겠다면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아니라면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들어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서 그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박 지부장은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막이고,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며 우리 조합원이든 아니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고, 회사의 문제점을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조로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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