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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승계①] 실사 무산에도 여유… 정몽준의 ‘암수’

경영권 승계 희생양 전락, 토사구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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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06-21

승계의 필수 요건 지배구조개편

현대重, 대조 인수 안 해도 그만

 

날치기 주총의 후폭풍이 지속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노조와의 소송전에 현장 실사까지 가로막혔지만, 현대중공업은 여유롭다. 경영권 승계를 노리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관심은 애초부터 잿밥인 지배구조개편에 있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임시 주주총회 이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두 번째 과정인 현장실사는 끝내 무산됐다. 지난 14일까지이던 기한을 넘긴 것이다.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로 실사단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입구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일단 실사를 건너뛰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변화 및 부채비율  © 문화저널21

 

  • 중간지주사 설립으로 승계 노려
  • 현장실사 막히자 결합심사부터
 

지난달 31일 한국조선해양은 우여곡절 끝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물적 분할을 관철했다.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중간지주사를 끼워 넣어 조선·해양 부문 자회사를 헤쳐 모으겠다는 계획이었다. 회사는 지역사회와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였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지배구조개편은 재벌이 경영권을 자식에게 넘겨주기 위해 통용돼 온 방식이다.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던 방식에서는 기업을 상속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계열사 분할·매각 등을 거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게 재벌 경영권 승계의 일반적인 경로다.

 

앞서 2017년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였다. 당시 이루어진 1차 지배구조개편은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 로봇, 건설장비, 중전기기 등의 부문으로 쪼개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를 지주사로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몽준·정기선 부자는 30.9%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됐다.

 

최근 진행된 2차 지배구조개편은 세간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현대중공업을 둘로 쪼개 관리 부문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넘기면서 이를 존속법인으로 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름만 남고 생산 부문 신설법인이 됐다. 게다가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부채 72천억원 중 7조원을 신설법인이 떠안았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62.1%였는데, 분할 후에는 한국조선해양 1.5%, 현대중공업 115%로 바뀌었다. 승계 과정에서의 재무적 부담을 미리 줄인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을 수리하는 회사로 현대중공업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수리 물량을 쓸어오며 급성장했다. 정기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승계의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 현대중공업의 분할을 결의한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 우리사주 자격으로 참석하려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을 경찰 병력이 가로막으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 얻을 건 다 얻은 정몽준·정기선
  • 대우조선 인수, 애당초 관심 밖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가진 자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이 바뀌더라도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경영권 승계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지난 11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한국조선해양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경기 성남 판교에 들어설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에 5천 명 규모의 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D센터가 들어서면 계열사가 한국조선해양(지주사)에 특허 사용료를 내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이 돈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야말로 얻을 건 다 얻은 시점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 남은 과정은 실로 험난하다. 우선 노조가 낸 주주총회 무효 소송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의 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조선업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선주들이 밀집한 EU가 한국의 2’ 체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직후 업계에서 나온 반응은 독과점 우려였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21%,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과실을 다 따간 현대중공업이 난관을 돌파하면서까지 부실기업을 인수할 이유는 없다. 처음부터 현대중공업 측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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