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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승계②] 각본·주연 권오갑, 조연 맡은 산은 이동걸

현대중공업 3세 경영 승계, 두 명의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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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06-26

각본·주연 권오갑, 조연 이동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이렇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현대중공업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 중심에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131일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지주(현중지주)에 현물출자하기로 합의했다. 현중지주 산하에 중간지주사(현 한국조선해양)를 만들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를 그 아래로 두는 밑그림이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중간지주사에 출자하고, 이 법인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8일 인수 본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홈페이지)

 

  • 산은 19년 자회사벗어나는 대우조선
  • 하루빨리 넘기고 싶었던 산은의 속마음
 

조건부 MOU 체결 하루 전 전해진 현대중공업의 인수의향서 제출 소식은 전격적이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조선 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제각각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다. 어느 한 곳이 다른 한 곳을 사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공중분해, 저가 수주, 분식회계, 각종 비리, 불황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산업은행 자회사로 19년을 버텨왔다. 2015년 무렵 수주 절벽과 해양플랜트 부문 조선업 위기가 겹치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대우조선해양은 1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끝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산은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했었다. 당시 인수 후보로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이 거론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기업들이 자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을 가능한 한 빨리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게 산은의 생각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불과 2년 동안 분식회계 의혹,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 통영함 비리 의혹, 언론사와의 유착이라는 비위 사실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들이면서 살려내야 할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던 와중이었다.

 

이동걸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합의와 관련해 매각 후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추후 더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헐값 매각또는 현대중공업 일가에 대한 특혜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조선 중간지주사 분할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의 인수 부담을 줄여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방책이라는 견해가 있다.

 


 

  • 정몽준 복심권오갑, 지배구조개편 진두지휘
  • 대우조선 인수, ‘해결사의 마지막 소임 될 듯
 

현대중공업에서는 권오갑 부회장이 총대를 멨다. 권 부회장에 내세운 명분은 출혈경쟁 완화였다. 세계 조선업 발주량 자체가 쪼그라들었는데, ‘3’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해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담판을 지은 그는 그 결과로 출범한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 앉음으로써 결자해지의 의지를 내비쳤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로부터 매우 두터운 신망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40년 동안 회사와 동고동락했다. 권 부회장은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2015년 현대중공업이 내놨던 35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은 그의 작품이다.

 

총수 일가에 대한 그의 충성심은 2017년 지주회사체제 전환 때 빛을 발한다. 기존에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때의 지배구조개편으로 정몽준·정기선 부자는 30.9%의 현중지주 지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권 부회장은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지배구조개편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2017년 말 현중지주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도 권 부회장의 역할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무효 소송을 낸 노조의 반발을 불식시켜야 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시켜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의 두뇌 역할을 할 성남 판교 R&D센터 건립도 그의 몫이다.

 

권 부회장의 소임은 3세 정기선 체제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내세운 명분은 달랐지만, 사실상 조력자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권오갑·이동걸 두 사람이 합심한 결과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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