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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이런 꽃 / 오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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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9-07-22

이런 꽃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픈 날

볕바른 데마다

에돌다가

에돌다가

빈 그릇 부시듯 피는 꽃

 

# 육신이 쑤시고 아프다. 그런데,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프다니. 허드레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허름하여 함부로 쓸 수 있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물, 중심을 벗어난 변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병마저도 “순 허드레로” 아프다고 표현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일상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중심에는 들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카라바조(La Caravage, 1571-1610)가 그린 ‘성모와 허드렛일 하는 사람 (La vierge des palefreniers)' 의 그림 속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와 그 옆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같은 면적의 비율로 배치 되어있다. 성모자의 공간은 밝고 허드렛일을 하는 여인 쪽 공간은 어둡다. 그러나 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성모자도 허드렛일 하는 여인도 똑같이 숭고해 보이며, 오히려 어둠 속에서 고요히 대기하고 있는 ‘허드렛일 하는 여인’에게 오래 시선이 머물게 된다.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픈 날”이 있다는 것은 평소에도 잔일, 궂은 일, 허드렛일로 생긴 작고 큰 병들이 오래 전부터 육신을 갉아 먹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병과 병으로 인한 통증조차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아픈 것조차도 미안해하는 마음이 가득한 낮고도 착한 사람들은 고상한척 하는 사람들의 “볕바른 데마다” 환하고 깨끗하게 해 주느라 늘 변방에서 “에돌다가” “빈 그릇 부시듯” 피어난다. 세상에 하찮은 허드렛일이란 없다. 하찮게 대하는 교만한 마음이 있을 뿐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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