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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앙시앵레짐’ 모순 터졌다… 사상 초유 철도4사 파업

1인 역무에 외주화, 임금체불까지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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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02

철도·서울지하철·서해선 8일부터 릴레이 파업

참여 인원만 4만여 명, 회사별 요구도 제각각

교통 공기업 모순 집약, 핵심은 안전·공공성

 

국유 철도와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4개 회사가 오는 7일부터 순차 파업에 돌입한다. 인력 충원과 임금피크제 폐지, 임금체불 해소 등 요구도 제각각인데, 공기업의 누적된 모순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 철도·지하철 부문 4개 노조에 따르면, 7일부터 최소 18일까지 릴레이 파업이 이어진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는 전국철도노동조합(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서울지하철 1~8호선),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 구간), 서해선지부(소사원시운영주식회사). 노조별 파업 일정은 날짜순으로 서울메트로9호선지부가 7~9, 철도노조가 11~13, 서해선지부가 15일부터 무기한, 서울교통공사노조가 16~18일이다.

 

이들 4개 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큰 틀에서 안전인력 충원과 철도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면서 사업장별 세부 요구안과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알렸다. 파업이 실현되면 총 참여 인원만 4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린 ‘철도·지하철 4사 파업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나와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지옥의 9호선’ 8량으로 늘리고 위탁 구조 바꿔라

 

서울지하철 9호선은 지난 20097월 개화~신논현 간 1단계 구간이 개통된 이후 10년째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서울시와 사업 시행사는 20153월 언주~종합운동장(2단계), 201812월 삼전~중앙보훈병원(3단계) 구간 개통과 함께 기존 4량이던 열차를 6량으로 늘이고 운행 편수도 늘렸지만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서울메트로9호선지부는 지옥철 해소를 위해 두 칸 더 붙여서 8량으로 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과 연결되는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되면서 환승객 증가에 따라 혼잡도가 악화 조짐을 보인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열차 혼잡도가 증가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위험과 함께 기관사의 노동강도가 올라간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금의 다단계 위탁 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한 9호선 2·3단계는 현재 서울교통공사 사내기업(Company In Company, CIC) 형태의 ‘9호선 운영부문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과거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는 자회사를 설립해 이 구간 운영을 위탁했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계기로 외주화와 다단계 위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시서울교통공사서울교통공사 CIC(운영)민간위탁(차량정비)’의 구조여서 다단계 위탁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운영 위탁계약이 2020831일 끝나기 때문에 9호선 2·3단계 노동자들은 재계약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효율성을 목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최대한으로 쥐어짜면서 심야시간대 역사 1인 근무와 인력 돌려막기, 열악한 처우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 운영사 노조의 파업 출정식. 1단계 구간 노조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42교대 진통코레일, 인력 4천 명 더 뽑아달라

◇ 임금체불 해소, 비정규직·SR통합 해결 요구도 담아

 

11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예고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42교대 도입을 앞두고 회사와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지난해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근무 주기를 기존 32교대에서 42교대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철도노조는 온전한 42교대 시행을 위해서는 4천여 명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대제 개편까지 3개월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이어서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연차보상비와 정률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철도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연차보상비는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지급하는 일종의 수당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기업 효율화를 명분으로 정원을 5115명이나 줄이면서 인건비로 쓸 수 있는 한도가 크게 낮아지고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철도노조는 초과근무와 연차휴가 미사용 사례가 늘어나자 줄 돈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직급별 정원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사 간 합의가 아직 지켜지지 않으면서 현장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T 운영사인 주식회사 에스알(SR)의 통합도 이번 요구안에 담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도 통합 의지를 보였지만, 잇따른 철도 안전사고로 논의가 중단됐다. 철도노조는 꺼졌던 코레일-SR 통합의 동력을 되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전문가협의체에서 합의했던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코레일 직접고용과 코레일 정규직 대비 자회사 임금을 80% 높이는 등의 처우 개선도 촉구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안전인력 충원 요구 기자회견.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서울교통공사, 임금피크제 폐지·총인건비 개선하라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최대 화두는 임금피크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시책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만59세에 도달하는 해에 10%, 60세에는 20%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조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1397명인데, 향후 급격히 대상 인원이 줄어들면서 총인건비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이 감소하면 임금피크제로 아낀 인건비도 함께 줄어 총인건비 한도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671명으로 줄어드는 2022년에는 140억원의 재원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와 함께 정부가 묶어둔 총인건비 지출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별개로 사업 확장에 따른 정원 증가와 인력 충원도 요구하고 있다.

 

▲ 윤병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예정된 서울지하철 1~8호선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상영 기자

 

개통 첫 파업서해선, 다단계 위탁 탓 운영 파행

 

경기 부천 소사역에서 시흥 원시역까지 운행하는 서해선 전철에도 전운이 감돈다.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월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쟁의가 가결되면 서해선지부는 8일 이른바 준법투쟁에 나서고, 15일부터는 개통 후 처음으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서해선은 서울지하철 9호선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서해선의 역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는 소사원시운영주식회사가, 차량 운전과 차량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고 있다. 소사원시운영주식회사는 서울교통공사가 지분 100%를 출자한 회사다. 서울교통공사는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시행자인 이레일로부터 운영권을 수주했는데, 노조는 저가입찰 때문에 최악의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사원시운영은 적은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로 다른 직렬에 근무하는 2명이 1개 조를 구성하는 통섭형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 통신, 신호, 궤도·토목 등 분야별로 담당자가 있지만, 특정 직렬 근무자가 휴가를 쓰면 다른 직렬 근무자가 대신 투입되는 방식이다. 노조는 유지보수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 부족에 따른 연장근무가 잦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저가입찰로 인해 급여는 낮고 일은 힘들어 직원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필수유지업무 비율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해선지부는 일단 파업을 감행할 계획이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해선지부가 서해선(소사~원시) 개통 후 첫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문성 노조 지부장이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상영 기자

 

◇ 전문가들 공기업 누적된 모순 지금부터 풀어가야

 

4곳의 사업장이 저마다 다른 요구를 내걸었지만, 이번 파업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공기업 효율화 정책에 기인한다. 1997년 외환위기의 수습을 맡은 김대중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인 이후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공기업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한편, 외주화를 장려하고 공기업의 임금인상률과 인건비 총액도 제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외주화를 지양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쳐왔으나 여전히 과거 십수 년 동안 굳어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연쇄 파업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의 시스템을 바꾸자고는 했는데 여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노조의 요구는 지금까지의 효율화, 외주화, 수익성 지향 기조에 위배되는데, 공기업의 운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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