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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의 한계…황교안이 만든 ‘자유한국당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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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9-12-11

정기국회 마지막날 이뤄진 4+1 공조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완전히 ‘패싱’ 당한 자유한국당이 이번엔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앞 장외투쟁을 벌였던 황 대표가 겨우 국회 안으로 들어왔지만, 투쟁의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은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패배는 순전히 원외 당대표인 황교안 대표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국회 내에서 치열하게 싸웠어야할 제1야당이 원외 당대표의 장외투쟁에 응해 원외로만 계속 나돌면서 지금의 패싱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나마 원내대표들이 주고받기식의 대안을 들고 오더라도 당 의원총회에서 반발에 부딪혀 입장을 철회하면서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진 상황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원내상황을 잘 모르는 황 대표가 당의 상황을 완전히 꼬아버린 것이라 진단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부터 집권여당과 2중대 군소정당 야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저들은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마저 조만간 날치기를 강행할 것”이라며 로텐더홀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에 앞서 황 대표는 원로 정치인이 모인 자유한국당 상임 고문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요구 받았다. 고문단 회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정치는 투쟁이고 싸우는 것이다. 싸움이 좋지 않다는 인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투쟁을 촉구하자 황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결기를 모아 반드시 우리가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했다. 

 

황 대표가 꺼내든 ‘로텐더홀 무기한 농성’은 강력한 대여 투쟁을 위해 꺼낸 방안 중 하나일지 몰라도,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효성을 갖진 못할 것이라 진단한다. 이미 예산안 처리를 통해 4+1 공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여당과 군소야당이 자유한국당의 농성에 움직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한 관계자는 “원로를 만난 것도, 국회 안으로 들어온 것도 황 대표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차라리 조국사태 직후에 다른 야당들을 만나서 패스트트랙 당시의 4+1 공조를 무너뜨렸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겠나. 표창장 논란에 인재영입 논란에 단식까지 거치면서 협상에 뛰어들 시간을 다 날려버렸다. 수적 열세가 분명한 상황이라면 더욱 원내에 힘을 기울였어야지”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수적 열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08명으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혁에 우리공화당,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의결정족수인 148명을 넘기지 못한다. 

 

더더욱 4+1 공조를 위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했던 원내 분위기 속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것은 ‘양보없는 반대’였다.

 

2018년 12월경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라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가 당내 의원총회에서 반발에 부딪혀 말을 바꾼 일이나, 최근 심재철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철회 방침을 밝혔다가 똑같이 의총에서 뭇매를 맞고 결정을 보류한 것을 보더라도 자유한국당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민주당에서는 군소정당에서 요구하는 비례대표 방안을 적극 수용하며 지속적인 스킨십을 통해 4+1 공조를 준비해왔다. 민주당으로서도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좋은 선택지는 아니지만 원내 협상을 원활히 이끌어가고자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에서 ‘야합’ 프레임을 꺼내들어도 다수결과 표결의 원리로 돌아가는 국회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나마 기회가 있었다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당과 다른 야당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때지만, 이 역시도 자유한국당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표창장을 수여한데 이어 황교안 대표가 박찬주 인재영입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켜 허송세월만을 보냈다. 

 

4+1 공조를 무너뜨리기는커녕 “대화의 길은 열려있다”고 말하는 다른 정당들의 부름에도 황교안 대표는 단식을 지속했다. 이는 그나마 남아있던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원외로만 나도는 황 대표의 움직임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원내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정기국회의 마무리는 4+1 공조를 깨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패배로 끝났다. 수많은 시간을 이렇다할 반격도 하지 못한채 장외투쟁만 하던 자유한국당은 지금 임시국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원내협상력은 없고 원외로 나가기엔 해야할 것이 남아있는 현재의 상황은 자유한국당을 더욱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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