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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첫 밥 / 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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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19-12-16

첫 밥

 

아이의 입에서 그만

젖을 떼려는 엄마가

아이 입에 밥을 물린다

 

자, 이렇게 해 보렴

아, 아

엄마의 입에서 예쁜 동그라미가 굴러 나온다

 

밥이란 이렇게 예쁜 동그라미

동글동글 달리는 동그라미란다

자, 이렇게

아, 아

 

첫 밥을 물리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따라 해 보라 한다

 

아, 아 

아이가 동그라미를 그린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동그라미 둘이

뜬다

밥의 첫 길이 동그랗게

뜬다

 

# 어떻게 따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엄마는 아기의 “첫”이다. 아기가 이 세상에 와서 만난 “첫” 세상이다. 눈도 제대로 뜨기 전 엄마는 촉감으로 다가와 젖을 물리고, 젖의 맛으로 이 우주별 지구의 맛을 알려 주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라 주는 아기의 “첫” 우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엄마가 자신의 앞가슴에 달려 있는 달콤한 젖이 아니라 새로운 먹걸이를 한 손에 들고 “따라해 보라 한다”. “아, 아” “세상에서 가장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모유 수유의 경우, 아기에게서 젖을 떼는 시기는 보통 만 12개월을 전후이지만, 애착형성을 위해서는 24개월 까지도 아기가 어머니의 젖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보통 아기들은 6개월이 지나면 모유와 함께 가벼운 이유식을 맛볼 수 있다. 아기에 따라서는 이유식에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고, 유달리 어머니의 젖에 애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첫돌이 지나면 “아이의 입에서 그만/젖을 떼려는 엄마가/아이 입에 밥을 물린다”. 이때 기존의 젖에 집착하는 동화(assimilation)기제가 작동되어 “밥”을 거절하는 아기의 경우, 옛날 우리 어머니들께서는 젖 주변에 아주 쓴 약을 발라 아기가 젖을 떼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성장에는 기존의 도식(schema)을 사용함으로써 양적변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동화(assimilation) 과정과 젖을 먹던 아기가 “밥”과 같은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여야 할 때, 기존의 도식을 수정하고 첨가하는 조절(accommodation)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은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더욱 복잡해지는 환경에 적응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자, 이렇게 해 보렴/아, 아/엄마의 입에서 예쁜 동그라미가 굴러 나온다”. “아, 아/아이가 동그라미를 그린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동그라미 둘이/뜬다/밥의 첫 길이 동그랗게/뜬다”. 아기가 “첫 밥”을 받아먹는 것과 같은 조절 능력을 발달시키려면, 새로운 것을 전해주는 주체가 엄마처럼 믿을 수 있고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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