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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부른 분열…의석수 다툼 속 ‘4+1 공조’ 붕괴

4+1 공조 깨지며 본회의 무산…불투명해진 패스트트랙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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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19-12-16

예산안 처리 때까지만 해도 탄탄했던 4+1 공조가 선거법을 둘러싼 알력다툼으로 금이 가면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를 위해 16일 열리기로 한 본회의 역시도 일괄 취소됐다. 

 

여당에서 조정안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원안에서 후퇴하자 참다못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등 다른 군소정당들이 판을 엎은 것인데, 공조에 금이 가자마자 자유한국당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상정한다면 자유투표 보장을 전제로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하고 나서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시간끌기만 하다가 4+1 공조가 깨지면서 공수처법 통과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결국 민주당이 고개를 숙이고 ‘4+1 협의체 재가동’에 나서기로 했지만 감정의 골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얼마나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국회 본회의장 내부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민주당의 원안 후퇴가 부른 ‘공조 붕괴’

비례대표 의석수 75석→50석, 연동률도 50%→2~30%

자유한국당과 대화 택한 여당 vs 4+1 요구한 군소정당

민주당의 후퇴에 뿔난 군소정당들, 끝내 공조 무너져

 

당초 4월말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나왔던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내놓은 안으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연동률 50%’를 골자로 했다. 의원정수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지역구에서 줄인 30석 가량을 비례대표로 넣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후 12월초 법안통과를 위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라는 조정안을 꺼내들었다. 

 

원안대로 처리를 원하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에선 불만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민주당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구 253석에 비례 47석인 현재 상황에서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을 도입하면 비례대표가 3석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현 상황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해당 조정안까지 끌어낸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속적으로 4+1 협의체를 바탕으로 본회의 법안 통과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자유한국당을 향해 발목잡기를 그만두라고 언성을 높였다. 

 

12월에 접어들면서부터 군소정당들은 거의 매일같이 논평을 내며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처리에 나서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거법같은 게임의 룰은 여야가 합의하는게 최선”이라며 곧바로 4+1 공조를 통한 법안처리에 나서지 않고 자유한국당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3일에는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시한을 못박고 9일에는 “최후의 순간까지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겉으로는 압박과 회유의 발언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준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민주당에서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50석 중 30석에 연동형 캡 적용’이라는 안을 꺼내들었다.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를 뜻하는 연동형 캡을 적용할 경우 실제 연동률은 2~30% 정도 수준에 그친다. 

 

쉽게 말해 민주당이 새롭게 내놓은 제안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2~30%’인 셈이다. 비례대표 75석에서 50석으로, 연동률 50%에서 30%로, 원안보다 두 걸음 더 후퇴한 안이었다.

 

▲ 정의당은 계속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합의한대로 처리하라고 촉구해왔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민주당이 원안에서 두번이나 후퇴하고 나서자 원안을 냈던 정의당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4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은 ‘정의당 너희들이 그 정도 되면 받아들여야지’ 이런 투인데 자존심도 상한다. 막판에 뒤통수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개혁법안들이 다 어려워질까 걱정도 된다”며 “민주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를 후려치듯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심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민주당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발끈하며 협상 중단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정의당을 겨냥해 “일부 지역구 중진들의 당선을 보장하기 위한 석패율제도 도입은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기득권 정치알박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고, 정의당에서는 “정의당에 중진의원이 누가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입장 역시도 민주당에서는 “단 한번도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지 않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제1야당에 끝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당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는 대화와 타협 노력이 유감스럽게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의당에서는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합의 원안에서 시나브로 후퇴시켜가며 개혁을 거부하는 자유한국당과의 되지도 않을 협상을 모색하는 것에서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 반발했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유없이 원안후퇴를 감행한 것은 아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린다는 선택에 대해 당내에서 의원들의 비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인영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민주당의 비례의석이 많이 줄어든다며 “비례제는 통상 정치신인 등장 및 소외된 계층에 정치진출 기회를 주는 건데, 이런 부분이 봉쇄된다면 민주당은 비례제를 통한 가치실현 기회를 잃는 것 아니냐.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비례제의 기본취지를 실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감수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의석수가 늘어난 만큼 민주당에서 정치신인들이 나올 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미로, 이 원내대표는 “이걸 단순하게 민주당의 이해관계라고 얘기하는 것은 ‘민주당의 최저이익’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 대한 과한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현재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 측에서는 4+1 공조 붕괴의 틈을 파고들기 위해 선거법 원안상정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4+1 공조’ 붕괴에 기뻐한 자유한국당 

선거법 원안상정 카드로 패스트트랙 무너뜨리기

민주당도 뒤늦게 원안으로…공조 재부활 가능할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못내 기뻐한 쪽은 자유한국당이었다. 앞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4+1 공조로 손하나 못 썼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공조가 무너지는 것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모양새였다.

 

이 때문인지 자유한국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의 ‘원안(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연동률 50%)’을 다시 꺼내들고 선거법을 원안으로 상정한다면 의원들의 무기명투표 보장 하에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일 원안대로 표결을 진행한다면 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와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나지 않기를 희망하는 자유한국당이나, 계속해서 비례의석수를 줄인 안을 꺼내드는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양당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야당들이 공수처법 처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 역시도 높아진다. 민주당으로서는 선거법도 처리 못하고 공수처법도 처리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16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늘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여야 정치권이 조속한 시일 내에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민주당 역시도 4+1 공조를 재가동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4+1 협의체를 재가동 하기 위한 원내대표급 회동이 가능한 지 다시 타진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 말했다.

 

이미 깨져버린 그릇을 다시 이어붙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팔을 걷어 부친 모양새지만, 주말동안 상당수 멀어져버린 여야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붙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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