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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 눈엔 부족한 영혼없는 1호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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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20-01-17

  © 박영주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으로 사전 기싸움에 돌입했던 여야가 이번에는 ‘1호 공약’을 앞세우며 여론전에 나섰다. 정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1호 공약이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공공 와이파이 구축’을 꺼내들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보편복지에 나섰고, 자유한국당은 ‘경제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앞세워 재정건전성 강화 및 노동시장 개혁 등을 필두로 정부견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은 만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씩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1호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내놓은 1호 공약이 다소 무게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다른 정당들이 내놓은 1호 공약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각 정당들이 내놓은 1호 공약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은 9일 총선 1호 공약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를 꺼내들었다가 선회해 15일 경제 프레임 대전환을 위한 ‘희망경제 공약’을 재발표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호 공약을 TV채널 바꾸듯 쉽게 바꿔버린 셈인데, 내용을 뜯어보면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수준의 공약으로 보기엔 부족한 공약들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 증대로 발생할 수 있는 ‘세금폭탄’을 막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 편성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나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자체적으로 토론해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인 만큼 공약으로 내건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머지 부동산 정책이나 노동시장 개혁 정책들 역시도 바뀐 부동산 및 노동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내거나 보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 이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었다. ‘무엇을 하겠다’ 보단 ‘견제하겠다’가 핵심인 시점에서 정체성을 역시도 모호하다. 

 

정의당의 1호 공약도 돈 뿌리기를 통한 일시적 정책, 포퓰리즘 정책 정도의 수준이다.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청년 기초자산 300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부모찬스 없이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골자지만 예산 확보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해당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은 인구감소 추세를 반영한다해도 2021년 18조원,  2030년 13조원, 2040년 9조원 가량에 달하는데다가 정책을 도입하면 부유한 집의 20세 청년은 3000만원을 받고 가난한 집의 21세 청년은 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가져올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이 부재했다. 

 

민주당의 1호 공약인 공공와이파이 구축 역시도 ‘좋은 정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이었다. 정말 공공와이파이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드려면 단순히 양적으로 5만3000개를 늘리겠다는 방식보다는 ‘질적 개선’을 중점적으로 담아냈어야 했다. 

 

서울에 살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국민과 어느 산골마을에서 2시간에 한번씩 오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국민이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누릴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연결하려고 하면 접속불량이 뜨거나 잘 하고 있던 게임이 튕기는 일 없는 안정적인 고품질 공공 와이파이를 목표로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예산확보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속도나 품질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릴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

 

당장 정책을 실행할 이동통신사 3사와의 협의는 이뤄졌는지도 의문스러운 민주당의 1호 공약은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면 빛을 발했을지 몰라도 당장은 전문성이 부족해 보여주기식 예산낭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만을 낳았다.  

 

20대 총선에서 금뱃지를 달고 국회로 입성한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협치가 아닌 대립, 전진이 아닌 퇴보, 민생 챙기기가 아닌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했다. 이제는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국민들 앞에 어쩌면 자신 있게 내놓았을 1호 공약들은 희망보단 한숨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여당 다운 여당, 야당 다운 야당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1호 공약들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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