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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웃었지만 정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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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기사입력 2020-01-22

지난해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제기한 14억430만 달러(한화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당시 매각가격을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을 이용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2012년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애초 계약보다 약 5500억 원 낮은 3조9100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작용했다는 게 론스타 주장이다.

 

어찌 됐건 소송은 하나금융지주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고,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투자자-국가 간 분쟁) 판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연말부터 우리 정부의 ISD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 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우리 정부가 이란 다야니가(家)와의 ISD에서 패소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다. 다야니가 사건은 2010년 대우일렉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다야니가 한국 채권단에게 계약금 약 570억 원을 내고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지만, 채권단이 인수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

 

다야니는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ISD 카드를 꺼냈다. 우리 정부는 채권자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하는 ISD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소송을 맡은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채권자 중 하나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부 주도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한국 정부가 계약금과 지연 이자 등 약 730억 원가량을 다야니가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내용을 확정했다.

 

다야니가 사건을 대하는 우리 정부 입장는 론스타와 비교해 쉽고 간단한 소송으로 비춰졌을 일이다. 론스타 사태의 중심에는 분명 정부와 맞닿아 있는 접점이 많다. 금산분리라는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왔던 것도 정부였고, ‘먹튀’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큰 문제 없이 털고 나갈 수 있게 도왔던 것 역시 정부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제기해볼 수 있는 문제는 ‘다야니가에도 졌는데 론스타에는 이길 수 있을까?’ 라는 간단한 서사다. 정부 실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문제 제기는 시작됐다. 극장에는 ‘블랙머니’, TV에서는 ‘머니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금융 스캔들(?) 혹은 금융범죄를 다루고 있다. 이들 모두 론스타 먹튀를 조명한 실화 극이다.

 

시민단체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검찰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사건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엄정 수사해 달라고 진정을 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과 먹튀 과정에서 범죄에 개입된 고위관계자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론스타 먹튀에 깊숙이 포진되어 있고, 이 때문에 ISD 소송에서도 우리 정부는 소송에 ‘적당히’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공개된 한국 정부 및 론스타 준비서면에서도 우리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은 설사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에 해당하더라도 ‘예외 없이’ 산업자본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는데, 유독 론스타에 대해서만 이를 ISD에서 문제로 제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참조)

 

ISD는 과거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와 관련한 분쟁은 각하했던 전례가 있음에도, 정부는 론스타의 은행법 위반을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D 소 제기의 근거가 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 역시 투자자가 투자대상국의 국내법을 지킬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쯤되니 정부의 국제 법률 분쟁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추혜선 의원은 “분쟁에서 우리정부는 이길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건을 스스로 포기했다.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라는 문제를 이상하리만치 계속 덮어버리고 있다”며 “승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두루뭉술한 말 뒤에 숨지 말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론스타 먹튀 사건에서 책임 문제가 드러난 론스타 한국 지사장인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리, 론스타 파견 외환은행 이사 엘리스 쇼트, 마이클 톰슨은 모두 해외에 머물러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 측 책임자는 현재까지도 규명되지도 처벌받지도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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