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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가 남긴 업적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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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기사입력 2020-02-11

 

▲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미국 백인문화의 자존심 오스카 92년 역사를 바꿔놓았다. 

 

기생충의 오스카 석권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세기의 승리’라는 표현까지 쓴다. 세계 언론이 온갖 해석으로 새로운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가치로 인정받은 사실은 ‘2020 오스카의 주인공이 외지에서 나왔다’라는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보고 나서 오만 생각이 다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으면서도 희극이다”라는 말을 했다. 영화의 모든 해석은 말 그대로 보는 이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영화는 굳이 양극화로 인한 계급사회니,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등의 구조적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그저 할리우드 영화들이 악인과 선인을 극명하게 대립시키면서 흥행을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기생충은 반지하방과 성북동 부촌의 극한 대립으로 실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봉준호 감독은 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이다. 봉준호가 지극히 아끼는 송광호도 그랬다. 영화는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니 최소한 봉준호의 시각에서 시대를 반영하긴 했을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영화 속에는 악인이 없다.

 

그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훔친 와이파이로 정보를 얻어야 하는 하층민의 삶을 마치 운명인양 받아들인다. 공정한 분배 따위는 생각조차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인 것’임을 말하며, 가장 보편적인 사회 거대 담론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시점을 바꿔 아카데미 영화제는 미국문화의 자존심이며, 우리 영화가 그 한가운데 우뚝 섰다는 것이다. BTS에 이어 기생충까지 세계 문화의 흐름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그 중에서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거대 기운을 형성하고 있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봉준호의 반지하방 같은 한국의 열악한 문화예술계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빈부의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우리의 문화예술계에서 배고픈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반지하방에서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은 문화예술계에서 성북동 부촌의 대궐 같은 집 주인이라는 사실이 또 다른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감격에 벅찬 한 누리꾼은 SNS에서 “불같이 타오르는 민족기상과 우리만이 간직한 끼의 문화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끼를 풀어주고 밀어주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의 끼는 무궁무진하다. 제2의 봉준호와 또 다른 BTS를 위해 정부의 관심 어린 지원이 필요하다. 한 번 아픔을 겪었던 정부 주도 지원사업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인들의 아픔을 아는 민간에게 그 역할의 일부를 위임하고 문화예술계의 구조화된 반지하 방에서 그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쏟아보는 것이 필요한 때다.

 

문화미디어 최세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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