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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은 어떻게 살까-3] 범법자로 가는길 ‘신혼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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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기사입력 2020-02-17

#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요즘은 더하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봐야지?’라는 걱정도 내뱉기 전에 오르는 게 집값이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거나 거주할 계획인 신혼에 집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주택 구매는커녕 전셋집조차 막힌 대출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올해부터는 부모로부터 전세자금을 빌려도 탈세 혐의로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말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지만 그래도 신혼부부라서 챙길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되는 주거 정책들을 연재한다.


 

모든 주택(85㎡ 이하)의 분양과정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는 제도가 있다. 청약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분양시장에 참가할 수 없는 신혼부부에게 정부 직권으로 분양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극히 평범한 부부라는 기준이 있다.

 

대략적인 기준은 이렇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합쳐 2억1550만 원 이하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2799만 원 이상의 차량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 소득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맞벌이 자녀 유무에 따라 기준이 바뀌지만, 외벌이 무자녀 기준으로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액의 100%인 540만 원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이처럼 특별공급은 지극히 평범한 근로소득자에게 주어지는 분양 우선권으로 신혼부부라면 누구나 노려볼 법한 제도다. 실제 분양시장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기본적으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한다.

 

▲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접속하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배점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청약홈)

 

그런데 이런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는 제도가 상징적 전유물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나라가 정한 기준에 부합되는 신혼부부가 제도를 통해 주택 청약을 받으면 서무당국(세무조사 등)의 고강도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금줄이 약한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도 정책에 부합되는 신혼부부가 문턱이 높아진 주택 청약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서울지역에서 분양을 마친 단지 두 곳, 개포프레지던스자이(GS건설), e편한세상 홍제가든플라츠(대림산업)은 84㎡ 기준 분양가가 각 최고 15억7300만 원, 7억6690만 원으로 초기 계약금은 각 3억1460만 원(20%), 1억5338만 원(20%)이다. GS건설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경우 분양가 9억 원이 초과하기 때문에 8억3300만 원의 분양가가 책정된 39㎡를 기준(계약금 1억6660만 원)으로 변경. 

 

이 두 곳 모두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 모집은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집을 마감했다. 당첨된 신혼부부는 잠시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취해있을 수 있겠지만 걱정거리는 계약일부터 쌓이게 된다. 먼저 계약금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산 2억 원대 중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안 된다. 가진 자산도 대부분 현재 사는 전셋집에 넣어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2억 원 가까이 되는 계약금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서 첫 번째 세무당국의 추적이 시작된다. 돈이 없을 게 뻔한데 계약금을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물음에 “영혼까지 끌어모았습니다”라는 답변을 했다가는 과세 폭탄이라는 참교육을 받기에 십상이다.

 

“반지하 사글세 살면서 돈 한 푼 안 쓰고 어찌어찌 통장에 수억 원의 현금을 마련해뒀다. 이를 증빙할 자료도 가지고 있다.”라고 철통방어의 자세로 세무 당국의 수사망을 피했다 쳐도 잔금 시점에 정부의 공격은 다시 시작된다.

 

“잔금 치를 돈은 있고?”라는 물음에는 신혼부부 대부분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혹자는 그까짓 거 분양을 받았으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들 주택은 분양가가 8억 중반으로 입주 시점에 시세 가액이 분명 9억 원을 넘게 된다.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담보대출은 까다롭다. 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20%까지만 설정된다. LTV와 잔금은 모두 20%로 같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DSR은 연간소득과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을 뜻하는데 9억 원이 넘는 주택의 경우 DSR 40%가 적용된다. 이를 신혼부부 기준 소득액은 540만원에 대입하면 월 216만 원 이상의 자금이 대출비용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

 

중도금 집단 대출이 집단잔금대출로 전환된다면 자세한 계산 없이도 기준 상환액이 기준치를 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부모님 또는 친인척을 통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다양하게 돈을 빌리거나 증여받게 된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대게 부족금 5천만 원에서 1억 원가량을 부모에게 받거나 빌리게 되는 상황을 거치지 않으면 자금 설명이 불가하다.

 

부모로서도 자식 집 마련에 없는 돈 이곳저곳에서 끌어다 마련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증여세라는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세금부담(증여액의 약 20%)으로 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증여 문제를 더 날카롭게 확인하겠다는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6억 원대 이하의 아파트 거래자에 대해서도 조사대상에 올려놓고 증여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으로 서울의 거의 모든 아파트 거래자가 대상이 된다.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통해 집을 계약한 신혼부부가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100% 세금 탈루자로 의심하고 세무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받게 된다. 이쯤 되면 정부가 내놓은 신혼부부 자격 기준에 ‘증여세가 부담 없을 정도의 부모를 두고 있을 것’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회의 불평등을 막고자 시작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오히려 있는 자들의 시세차익을 노린 돈 잔치로 전락해버린 현실에서 내 집 마련해보겠다고 청약에 넣었다가 당첨된 부부들은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부모와 함께 첫 ‘세금 탈루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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