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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1] 전동차가 다시 태어나는 곳, 고덕차량사업소

‘안전제일’ 구슬땀 머금고 달리는 지하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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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19

 

‘안전제일’ 구슬땀 머금고 달리는 지하철-②

 

1974815일 서울역과 청량리역 간 7.8km를 지하로 잇는 종로선이 개통됐다. 이후 40여 년 동안 서울지하철은 9호선, 우이신설선까지 뚫리며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해외 주요 도시의 지하철보다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가장 빨리 성장해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교통공사는 10개 노선 중 9호선 1단계 구간과 우이신설선을 제외한 나머지를 운행한다. 2019년 기준으로 길이만 313.7km에 달하며, 연간 수송인원은 무려 272625만 명이다. 하루 평균 7469180명이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세계의 도시 규모 철도 운영사 중 유일하게 전 노선을 대형 중전철로 운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서울의 지하철은 이처럼 규모로 보나 수송량으로 보나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다. 또 청결함과 정시성 같은 서비스 질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지하철이 단순히 시민의 발을 넘어 명물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손길이 거쳐 갔다. 1000만 서울시민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 서울교통공사 고덕차량사업소 중정비공장 내부에 대차를 탈거한 전동차의 차체가 거치돼 있다.  © 성상영 기자

 


5·8호선에서 중정비 가능한 유일한 곳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있는 고덕차량사업소는 19943월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 운영을 위해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설립하며 문을 열었다. 5호선과 8호선 전동차의 입고와 출고, 경정비와 중정비가 여기서 진행된다. 5·8호선의 방화·암사차량사업소를 포함해 중정비가 가능한 곳은 고덕차량사업소가 유일하다.

 

전동차 정비는 크게 경정비와 중정비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출고 전과 입고 후에 점검을 받고, 2~3개월 단위로 하는 월상검사가 있다. 여기까지가 경정비에 포함된다. 중정비는 4년마다 또는 주행거리가 40km에 도달했을 때 실시한다. 경정비와 달리 전동차를 완전히 분해해서 문제가 있는 부품을 교환한 후 재조립한다.

 

중정비는 전동차의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내구연한에 다다를 때까지 차량이 온전한 성능을 내게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다. 고덕차량사업소는 5호선 76편성, 8호선 20편성 등 모두 728량을 맡고 있다. 올해에는 정기검사 192, 차륜교환검사 76량이 계획돼 있다. 고덕차량사업소의 중정비 인력만 100여 명이 넘는다.

 

철도 차량사업소는 보안 시설이자 특별히 안전을 요구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차량사업소에는 열차가 수시로 다니는 데다 머리 위로는 직류 1500볼트의 고압 전기가 흐른다. 간혹 열차에서 잠든 채로 차량사업소까지 들어가는 승객이 있는데, 실수로 들어갔다고 해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체 교통편을 이용해 신속히 귀가하는 편이 안전하다.

 

▲ 40톤급의 크레인을 이용해 전동차의 대차부와 구체(차체)를 분리하는 모습.  © 성상영 기자

 


떼고 또 떼고, 완전 분해에만 2일 이상


 

고덕차량사업소의 사무실과 직원 복지시설이 있는 건물을 지나 거대한 검수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로 들어서면 따로 분리돼 거치대 위에 놓인 십수 량의 객차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객차를 옮기기 위한 40톤급의 육중한 크레인은 흡사 조선소 같기도 하고, 철강공장 같기도 했다. 쇳덩이가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와 적당한 기름 냄새가 나는 것은 여느 공장의 모습과 같았다.

 

여기서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이 설치된 곳은 입출창공장까지다. 열차가 자력 운전으로 이곳까지 들어오면 전기를 끊고 객차들을 따로 떼어놓는 작업을 한다. 이때 해당 전동차의 과거 정비 이력을 검토하고, 기초적인 점검을 한다. 15일간에 이르는 긴 중정비 과정의 시작이다.

 

한 량씩 분리한 객차는 차체공장으로 이동한다. 전동차는 크게 옥상·구체(차체대차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본격적인 정비에 앞서 크레인으로 구체와 대차를 분리해야 한다. 한 명은 크레인을 조종하고, 두 명은 지상에서 전동차에 고리를 걸었다. 그리고 주황색 안전 조끼를 입은 또 다른 한 명은 크레인이 제 위치에 맞게 있는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를 세심하게 살폈다.

 

1편성의 열차에서 객차들을 떼어내고, 차체에서 대차를 분리하고, 대차는 다시 차륜과 전동기, 완충기 등으로 나뉘어 제각각 정비를 위해 옮겨진다. 더 세세하게 나누자면 끝도 없다. 자동차 한 대에 3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철도차량 역시 이에 못지않게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전동차를 분해하는 데에만 2~3일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 초음파를 이용해 차축 내부의 균열이나 열 변형 등을 검사하는 탐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차축과 차륜, 탈선을 막는 전동차의 발


 

대차를 분리한 객차는 거치대 위에 놓여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대차는 레일을 따라 둥근 회전판으로 이동했다. 회전판은 세척기로 가기 위해 방향을 트는 역할을 한다. 세척기는 고온·고압의 증기와 약품으로 쇳가루와 기름때로 오염된 대차를 깨끗이 씻는다.

 

작업자들은 1차 세척을 마친 대차에서 차축을 분리해 다음 공정으로 넘겼다.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자 차축 초음파 탐상 장치가 있었다. 서명남 고덕차량사업소 정비팀 주임은 컴퓨터로 탐상 장치를 작동시켰다. 초음파를 쏴서 차축 내부의 균열이나 변형을 감지하는 과정이다. 모니터에는 탐상 결과가 그래프로 출력되고 있었다.

 

만약 차축에 이상이 있으면 새것으로 교환해야 한다. 서 주임은 내부에 균열이 있는 상태에서 전동차가 고속으로 달리면 최악의 경우 차축이 파손돼 탈선과 같은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차축 하나에는 2개의 차륜(바퀴)이 양쪽으로 붙어 있다. 이제 차륜을 점검할 차례다. 차륜은 열차가 주행할 때마다 선로와 마찰을 일으키며 조금씩 마모된다. 오랫동안 달리면서 불규칙하게 닳은 차륜은 마모한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삭정이라는 작업을 거쳐 재사용한다.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게끔 표면을 깎아서 반들반들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 역시 열차의 탈선을 막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 서울교통공사 고덕차량사업소 정비팀 직원들이 열차의 제동장치를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인 제동제어반을 정비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잘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잘 멈추기


 

전동차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은 전동기다. 말 그대로 모터인데, 차축과 맞물려 열차가 구동할 수 있도록 회전력을 낸다. 작업자들은 코일의 이상 유무를 판독하고, 전압·전류가 정상 범위에 있는지를 측정했다. 그리고 전동기에서 발생한 동력이 차축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베어링을 세척하고 그리스를 발라준다. 5호선 열차의 경우 전체 8량 중 4량의 동력객차에 전동기가 달려 있다고 했다.

 

승객이 안전하려면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1량에 30, 81편성 기준 200톤을 훌쩍 넘기는 전동차가 제때 서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폭주기관차. 열차는 자동차보다 제동거리가 길고, 또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기까지 상상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검수고의 한편에서는 전동차의 제동장치를 손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해당 공정으로 넘어오면 시민들이 늘 보는 거대한 구체가 놓였고, 작업자들이 하부에 있는 제동제어반을 뜯어보고 있었다. 제동제어반은 일종의 컴퓨터다. 프로세서(연산장치)로 열차의 속도와 거리를 비롯한 각종 변수를 계산해 어느 시점에서 제동을 거는지 지시한다.

 

5호선을 비롯한 서울 2기 지하철은 자동운전이 기본이다. 자동차로 치면 자율주행과 비슷하다. 기관사가 수동으로 전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제동제어반과 ‘ATO(Auto Train Operation·열차자동운전장치)’라는 신호 시스템에 의해 사람에 의한 실수, 휴먼 에러를 방지한다. 안전을 위해 이중으로 설계된 것이다.

 

▲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고덕차량사업소 구내.  © 성상영 기자

 


‘100원의 추억으로 달랜 얄미운 겨울


 

점검·정비를 마친 각 부품은 기능을 점검한 이후에 도장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차체와 대차에 장착하고, 차체를 대차 위에 올리는 상차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과정이 더 남아있다. 전기를 가압해 올바로 정비됐는지 확인하고, 차량기지 구내 시운전과 본선 시운전까지 마쳐야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되면 전동차는 다시 새것처럼 다음 정비 주기가 올 때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15일이나 되는 중정비의 전 과정을 모두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근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량사업소 직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날씨라고 했다. 겨울에는 눈··진눈깨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차량이 얼어붙지 않도록 밤새 열차를 움직여서 녹인다. 요즘은 전동차에 첨단 전자 장비가 늘어나고 있어 결빙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폭설이 내리면 눈을 치우는 것도 직원들의 몫이다. 다행히 올해 강한 추위도, 많은 눈도 없었다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머지않은 옛날에는 동전을 줍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고 한다. 승객들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은 동전들이 전동차의 시트 아래로 종종 떨어지곤 했는데, 그걸 다 모으면 전동차 1편성에 몇만 원은 모였다. 물론 이 돈은 직원들이 갖지는 않고 모아서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동전을 흘린 시민들은 의도치 않게 좋은 일을 한 셈. 다만 요즘은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이 많아져서 그땐 그랬지정도의 이야기가 됐다.

 

취재를 마치고 정비공장을 벗어났을 때 멀끔한 전동차가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1995년에 들여온 지금의 전동차가 도입 25년을 넘기면서 신형 전동차로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신형 전동차는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부터 운행에 투입될 예정이다. 교체가 마무리되면 5호선 전체 열차의 절반이 넘는 42편성(336)의 새 전동차가 시민들을 맞는다.

 

▲ 내구연한에 다다른 구형 전동차를 대신해 내년 5호선 본선에 투입될 신형 전동차가 서울 강동구 고덕차량사업소에서 검수를 기다리고 있다.  © 성상영 기자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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