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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CCTV 논란-③] 사고는 삼박자, 책임은 독박

운전실 감시카메라, 누구를 감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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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10

국토교통부가 철도차량의 운전실에 감시카메라(영상기록장치)의 세부 설치 규정을 담은 철도안전법령을 지난 2월 입법예고하자 기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운전실 내 범죄를 예방하는 등 안전을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기관사들은 누굴 감시하겠다는 거냐는 반응이다. 문화저널21은 철도 기관사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 한국철도공사 일산승무사업소가 있는 경의선 능곡역에 진입 중인 전동열차.  © 성상영 기자

 

열차 운전실 영상기록장치는 철도 기관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고의 책임을 기관사에 씌울 뿐 진짜 안전 대책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관사의 책임이 절대 가볍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부담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광역전철 기관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관사라면 누구나 써보는 독박


 

광역전철 기관사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 일산승무사업소 소속 이영미·전경은 기관사는 사고 또는 운행 장애의 다양한 요인들이 있음에도 기관사에게 가장 먼저 질책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영미 기관사는 기관사 한 사람만 책임을 씌우면 끝난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기관사들로부터 계속해서 들었던 이야기다.

 

이영미 기관사는 2005, 전경은 기관사는 2018년에 입사했다. 이들은 수도권광역전철 경의중앙선과 3호선 전동차를 운전한다. 10년 이상 마스콘을 잡은 이 기관사나 단독 운전 경력이 갓 2년 차에 접어든 전 기관사나 모두 독박을 쓸 뻔한경험이 이 있었다.

 

이 기관사는 일명 사구간(절연구간)’에서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절연구간은 전기철도에서 전력 공급 방식이 바뀌는 등의 이유로 전력이 차단되는 일종의 완충지대다. 이 기관사가 운전하는 전동차가 기계적 오류로 절연구간에서 멈춘 적이 있는데, 오류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그가 실수했는지를 추궁하는 데 회사 측 대응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했다.

 

전 기관사는 관제실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정지 신호가 났을 때 관제에서 출발하지 말라는 무전을 해주는데, 기관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다시 한번 말을 해줘야 한다라며 관제로부터 재확인 무전이 없어서 당황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재확인 무전을 하지 않았던 관제 직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기관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잘못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유난히 기관사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과 열차 운전부터 차내 방송, 출입문·안전문 조작까지 기관사 한 명이 도맡아야 하는 1인 승무의 문제점은 생각해 볼 사안이다. 현행 법령상 8량 이하의 전동차는 차장이 탑승하지 않고 기관사 1인 승무가 가능하다.

 

▲ 수도권광역전철에서 운행 중인 한국철도공사 소속 전동열차의 운전실 입구.  © 성상영 기자

 


감시카메라 대신 필요한 것


 

철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선로와 그 위를 달리는 차량, 그리고 이들을 잘 제어하는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가야 한다. 철도는 어느 한 부분이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분이 안전장치 역할을 하게끔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 기관사는 거대한 철도 유기체의 일부분이다.

 

이영미 기관사는 철도에서 사고가 나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역에서 신호를 잘못 내고, 그것을 관제가 몰라야 한다. 그리고 기관사가 신호기 오작동을 알아채지 못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났다면 그것은 기관사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실수와 시스템의 오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기관사와 전 기관사는 운전실 영상기록장치가 삼박자의 무엇이 틀어졌는지 밝혀주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기관사의 고충은 식사와 배변이다. 운전실에는 기관사의 급한 용무(?)를 해결하기 위한 간이 화장실이 놓여 있다. 볼일 보는 모습까지 카메라로 찍겠다는 거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다수 기관사는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음식물 섭취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지만, 인체의 소화기관이 반드시 생각대로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이 기관사는 “3호선의 경우 수서역이 종점인 열차를 타면 다음 운행까지 28분의 시간이 있는데 그 안에 급하게 밥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와야 한다라며 이래놓고 안전운행을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간에 충분한 여유를 줘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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