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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행복한 국가에 대한 정명(正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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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기사입력 2020-04-10

‘선택’은 인간의 자존감을 높이는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인문학(교양)을 ‘liberal arts’라고 불리는 것도 ‘선택의 자유’가 인문의 기본임을 알려주는 말이다. 이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인간은 신으로부터 탈출하게 되고, 지주와 교황 그리고 왕과 귀족들로부터 해방되어 선택의 주체가 된다.(출처. 강신주의 감정수업)      

 

이 선택의 개념은 더 나아가 왕이 아닌 선거권으로 지도자를 뽑게 되었으며, ‘민주주의’라는 국민이 주인되는 이데올로기를 완성시키기도 한다. 이만큼 ‘선택’은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실천철학적 개념이다.

 

우리가 선악과를 먹은 것도 선택이었으며, 대통령을 뽑은 것도 선택이었다.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도 선택이며, 배우자를 고르는 것도 선택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선택이라는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게 된다. ‘선택’은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며 자유주의의 산물이다. 인간이 학습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가는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 즉, ‘텍스트(text)’도 결국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선택’이라는 철학적 요소에는 ‘불확실성’ 문제가 따라온다. 선악과를 먹었을 때 받게 되는 벌, 지도자를 잘못 뽑았을 때의 국가적 혼란, 잘못된 메뉴를 골랐을 때의 아쉬움, 나쁜 파트너를 골랐을 때의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책임’이 되어 ‘선택’을 더욱 더 신중하게 한다. 

 

선택을 주어졌을 때 이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한 상태를 ‘불행’이라고 한다.

 

아침 출근길에 배우자와 싸웠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누구의 잘잘못에 상관없이 퇴근하기가 싫어진다. 하루를 불행한 상태로 지내게 되는데 이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런데 퇴근 즈음에 배우자로부터 밝은 목소리로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겠다는 전화가 온다면 어떨까? 마음이 밝아지고, 퇴근길이 가벼워지는 행복한 상태로 바뀐다. 바로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총선이 치러진다. 정치인은 한 마디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의 행복한 삶은 국가가 돈을 많이 준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다가 갑자기 안 주면 더 불행하다 느낀다. 숫자를 많이 외워야 하는 국민도 불행하다. 부동산 규제부터 세금, 범칙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숫자를 외우지 않으면 대출이 막히고, 세금을 더 내고, 범죄자가 되고,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삶을 불행하다고 느낀다. 모두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제 우편물로 날아온 선거 포스터를 자세히 읽어보자. 어느 당, 어느 후보자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보일 것이다. 국민을 선택과 책임이라는 갈등상태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로 만드는 국회의원이 뽑히길 기원한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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