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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깨끗한 수건을 모으다 / 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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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20-05-25

 

깨끗한 수건을 모으다

 

마음 푸근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조근조근 주고받던 틈서리에 피었던

말 꽃의 내음 순한 향내를

 

잃을세라 집으로 돌아와서

깨끗한 수건에 잘 끼워두었습니다

서랍 첫 칸에 잘 접어두었습니다

 

귀하게 모아둔 수건 몇 장 있으니

비참의 기분 툭툭 털기도 좋고

벌떡이는 심장 누르기도 좋습니다

 

앞으로 몇 장은 더 모아야겠다 싶어

사람 만나러 가는 저의 매무시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곤 합니다   

 

#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골라 써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걸까요? 그렇다면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 먹고,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부류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신세 한탄을 밥 먹듯 하고, 남을 탓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습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심리적으로 조정하는 하기도 하는데, 그들은 도덕도, 원칙도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이용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식인이거나 자신이 무척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의 타킷이 되기 쉽다는 것이랍니다. 똑똑하고 지적인 사람들의 덕목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역으로 이용하며,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악용하기에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동조와 모방 기법을 사용하여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인 것처럼 행동하며 다가옵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피해자 코스프레’로 상대의 연민을 얻어내고, 자신의 고통을 극적으로 과장하여 징징거립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조용히 스스로 안고 가려 하지만, 이런 사람은 마치 비극의 주인공처럼 행동하며, 모든 원인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늘 죄의식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 사람이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 허우적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하고 똑똑한 당신이 버려야 할 생각은 ‘나는 그를 구원할 수 있어’, ‘기다리면 그 사람은 달라질 거야’, ‘솔직하게 말하면 알아줄 거야’ 등 입니다. 상대에게 휘둘리고 휘청거리는 그 시간에 피폐해진 당신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 푸근한 사람들과 마주앉아/조근조근 주고받던 틈서리에 피었던/말 꽃의 내음 순한 향내를” 주는 사람들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마음 서랍 속에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던 찌들고 위험한 관계가 있었다면 헌 수건처럼 과감히 분리수거 하고, “깨끗한 수건”을 새로 모으듯 당신의 인간관계를 초기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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