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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야 핵인싸②] 밀가루 그 이상의 ‘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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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20-06-02

조금 촌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2030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 두번째 브랜드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다.

 

최근 곰표패딩과 곰표팝콘 등을 시작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쌓아올린 대한제분은 1952년에 설립돼 올해로 ‘68살’ 먹은 할아버지 회사다. 40대 이상 으-른들에겐 ‘곰표 밀가루’가 대중적이었을지 몰라도 2030세대는 곰표라는 브랜드 자체를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뻔 했던 70여년 전통의 ‘곰표’는 지금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핵인싸들의 ‘잇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단순히 밀가루 파는 회사를 넘어 문화를 파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와 혼자 알기는 아쉬울 정도로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숨어있었다. 

 

대한제분 관계자를 만나 촌스러웠던 곰표가 핵인싸 아이템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뒷이야기와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곰표 아이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미리’ 엿들어봤다. 

 

▲ 곰표 브랜드를 앞세워 출시된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4XR의 '곰표패딩', 애경산업의 '곰표 2080 치약', CU의 '곰표 팝콘', 스와니코코의 '곰표 밀가루 쿠션' 외 화장품들, 세븐브로이가 제조한 '곰표 밀맥주' 제품. (사진제공=각사)

 

흰색 바탕에 진한 초록색의 포인트, 투박한 서체의 ‘곰표’까지. 마치 밀가루 포대를 그대로 입은 듯한 모습의 곰표 패딩을 보고 누군가는 “촌스럽게 무슨 이런 걸 입냐”라고 혀를 끌끌 찼지만 20대 핵인싸들은 “간지나고 좋은데 왜”라며 열광했다. 

 

아재들은 촌스러움 속 간지를 느끼지 못했을지 몰라도, 연예인들과 인싸들의 자발적 구입과 인증샷 등에 힘입어 관련 제품은 완판신화를 써내려갔다. 

 

현재까지 곰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콜라보 아이템에는 △곰표 티셔츠 △곰표 치약 △곰표 밀가루 쿠션 △곰표 팝콘 △곰표 세제 △곰표 밀맥주 등이 있다. 다양한 콜라보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 ‘곰표’ 브랜드는 2030 세대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곰표 티셔츠의 탄생, 시작은 표절이었다? 

 

재밌는 사실이지만, 곰표 티셔츠가 처음 탄생한 배경에는 한 업체의 브랜드 무단도용이 있었다. 때는 2017년 12월, 슈퍼주니어 신동씨의 공항패션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외투 사이로 곰표의 ‘표’자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대한제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도대체 누가 상표권 무단 도용을 하나’라는 황당한 마음이 들면서도 ‘요즘은 저런 것도 입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당 티셔츠는 빅 사이즈 의류를 만드는 4XR이라는 업체에서 디자인해 제조한 것이었다. 

 

이후 2018년 상반기 본격적인 콜라보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서 대한제분은 제일 먼저 4XR과의 미팅을 추진했다. 항의차 만났다기 보단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제대로 컬래버레이션을 해보자는 제안이 목적이었다. 

 

“보통 큰 사이즈 옷을 입는 사람들보고 돼지라고 하는데, 돼지보단 곰이 귀엽잖아요. 친숙하게 느껴지고. 빅사이즈 의류 업체와 저희 곰표의 곰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4XR과 대한제분이 머리를 맞댄 끝에 2018년 7월 5가지 디자인의 곰표 티셔츠가 100개씩 제작됐다. 약간 촌스러운 매력에 열광한 이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해당 제품은 성황리에 완판됐다.

 

요리를 만들 듯 티셔츠 만드는 레시피를 재미삼아 올리거나, 곰표 밀가루 포대에 옷을 담아 배송하고 곰표 밀가루를 같이 끼워 배송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도 완판에 도움을 줬다. ‘일회성 마케팅이 아니라 기왕이면 충분히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전략들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 대한제분과 4XR이 협업해 만든 곰표 티셔츠. (사진=4XR 홈페이지 캡쳐)  

 

#사실 밀맥주보단 ‘밀막걸리’를 원했어

 

이번 여름을 앞두고 출시된 곰표 브랜드 신제품은 ‘곰표 밀맥주’다.

 

밀가루를 파는 업체인 만큼, 원료인 밀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계속한 끝에 나온 ‘밀맥주’는 대한제분에서 여러 업체와 컨텍한 끝에 세븐브로이와 손을 잡고 개발해냈다. 

 

현재 CU에서는 단독 출시라며 마케팅을 펴고 있지만, 대한제분 측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CU에서 선출시된 상태로 향후 이마트‧롯데마트 등에서도 제품이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곰표 밀맥주를 맛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유통채널을 다각화 시킨 것이다.  

 

밀맥주가 출시되긴 했지만, 대한제분 측에서 좀더 욕심을 냈던 아이템은 ‘밀 막걸리’다.

 

현재 국내에서 밀 막걸리를 출시하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은데다가 매출 비중 역시도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제분 측에서는 밀 막걸리와 함께 자사 부침가루를 기획팩으로 선보이면 사업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 말했다.

 

“여러 업체와 접촉 해봤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막걸리는 쌀을 원료로 하니까. 하지만 밀 막걸리를 밀고 싶은 업체가 있다면 언제든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밀맥주도 좋지만 밀 막걸리가 나왔으면 했거든요. 언젠가는 제품이 나오는 날이 오겠죠?”

 

현재 대한제분에서 준비하고 있는 차기 아이템은 ‘곰표’ 브랜드를 품은 유아동복. 상하이 모자까지 세트로 두벌 출시될 계획이다. 콜라보를 진행하는 업체가 대형사가 아닌데다가 디자이너 브랜드기 때문에 소량으로 한정판 출시될 예정이다.  

 

▲ 대한제분 마케팅팀 박재정 사원이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곰표 브랜딩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하반기 마케팅팀이 꾸려지면서 지금까지 곰표는 여러 업체들과 콜라보 상품을 내놓았다. © 박영주 기자

  

#2030은 모르는 ‘곰표’…사라지긴 싫었거든

 

그렇다면 B2B 영업을 주로하면서 밀가루를 납품해오던 대한제분이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시기를 굳이 따지자면 2017년 하반기다. 

 

사측에서 2017년 인지도 조사를 진행했을 당시, 2030세대에서는 곰표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2015년 진행된 조사와 비교해봐도 브랜드 인지도가 2017년에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이야 곰표가 B2B 매출로 먹고 살지만 나중에 2030세대가 경영진으로 크게 되면 곰표 밀가루와의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적으로 커졌고, 대한제분에서 별도로 소수 인원의 마케팅 TF팀을 꾸려 B2C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8년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도 타이밍이 좋았다. 2030세대에는 신선함을, 40대 이상 고령층에겐 추억을 소환시켜주는 ‘레트로’의 인기에 힘입어 수없이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곰표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현재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곰표 브랜드 인지도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밀가루 파는 회사 아닌 ‘문화를 파는 회사’로 

 

“저희는 대한민국 No.1 컬쳐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CJ’하면 문화를 떠올리듯 저희 역시도 밀가루를 파는 업체지만 동시에 문화도 파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목표는 단순히 ‘유명한 밀가루 브랜드’가 아니다. 각종 콜라보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도 컬쳐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에서 나온 움직임이며, 다방면에서 곰표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 사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제분은 비교적 작은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대형사들과 함께 손잡고 간다면 빠르게 갈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서로가 목표를 공유하면서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만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보다 다양하게 곰표를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빨리빨리 보다는 시간을 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짝 이벤트성으로 치고 빠지는 것은 의미 없잖아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약속을 전합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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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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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영 20/06/03 [10:38]
재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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