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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감자떡 /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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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20-06-08

 

감자떡

 

점순네 할아버지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점순네 할머니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대추나무 꽃이 피는 

외딴집에

점득이도 점순이도

감자떡 먹고 자라고

 

멍석 깔고 둘러앉아

모락모락 김나는

감자떡 한 양푼

앞마당 가득히 구수한 냄새

 

점순네 아버지도

감자처럼 마음 착하고,

점순네 어머니도

감자처럼 마음 순하고,

 

아이들 모두가 감자처럼 둥글둥글

예뻐요 

 

# “감자떡”을 빚었던 “점순네 할머니”의 손은 어떤 손일까. 흙 속에 생명을 기르고 거두는 손이셨을 테니, 지극히 정직하고 낮은 곳까지 살피시는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손은 ‘튀어나온 뇌'와 같다고 했으니, 점순네 할머니의 손으로 빚은 감자떡을 먹은 “점순네 아버지도” 도 “점순네 어머니도”도 “감자처럼 마음 착하고” “감자처럼 마음 순하고” “점순”이도 “점득”이도 “감자처럼 둥글둥글/예쁜” 것이리라.

 

점순네 할머니께서 빚으신 “감자떡”의 재료인 감자가루가 만들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생각한다면, “감자떡”은 그냥 떡이 아닌 것이다. 감자가루는 상처도 품어 안고, 낮은 곳을 살피며, 어떤 것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과 긴 시간의 기다림과 노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밭고랑에 버려진 문드러지고 썩어가는 감자와 호미 날에 깊은 상처를 입어 상품성이 없는 감자들을 커다란 항아리에 담아 썩힌다. 다 썩은 감자의 껍질을 걷어내고, 남은 감자녹말을 감자 썩은 냄새가 가실 때까지 수십 번 물을 갈아 준다. 깨끗해진 감자녹말을 무명천 위에 펼쳐 햇볕에 말린다. 주걱으로 수시로 뒤적거려 바싹 말린 감자가루는 십여 년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저장 식재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번잡하고도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감자가루로 떡을 빚어 “모락모락 김나는/감자떡 한 양푼”을 “멍석 깔고 둘러 앉아”, 오순도순 감자떡을 먹는 점순네 가족은 상처 난 감자도 뭉그러진 감자도 썩어가던 감자도 새롭고 훌륭한 식재료로 만드신 할머니의 마음과 손의 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윤리도 도덕도 팽개치고 ‘더러운 손’들이 되어 옳지 못한 짓도 서슴지 않는 손들을 보면서, “점순네 할머니”께서 “감자떡” 만드시던 손이 더욱 생각나는 시절이다. 상처 입고 버려지고 썩어가는 감자 한 알도 소중하게 품어 주는 손, 문드러지고 볼품없는 겉모습 보다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는 손, 긴 시간과 힘든 노동과 감내하기 어려운 악취도 참아내고 새로운 쓰임새로 탄생시키는 손으로 “감자떡”을 빚으시던 점순네 할머니께서 키워낸 자손들이 아니 착할 수 없고, 아니 예쁠 수 없으리라. “점순네 할머니”의 마음을 담은 손으로 “감자떡”을 빚어 “착하고 둥글둥글한 마음”들을 나누고 싶은 날들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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