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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인수 위기…‘대주주 책임’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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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2020-06-22

체불임금 250억원 놓고,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핑퐁

문제는 이스타항공 대주주 책임의지, 정부기조 역행하나

이상직 일가 체불임금 부담 없인 '인수' 물거품 될 듯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5개월째 받지 못한 월급 250억원 가량을 놓고 이스타항공과 인수기업인 제주항공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이스타 측에서는 제주항공이 임금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제주항공은 경영권도 넘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체불 문제는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부담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임금체불 문제가 좀처럼 정리되지 않으면서 인수 자체가 불투명해진 모습이다. 

 

현재 코로나19로 기간산업 전체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정부에서는 ‘대주주의 책임 의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스타항공 실소유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재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놓고, 제주항공에서는 대주주인 이상직 일가가 체불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캡쳐, 이상직 의원 페이스북)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 측에 근로자들의 체불임금 일부를 함께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근로자들이 4~6월까지 3개월치 급여를 포기하고 남은 2개월치 체불임금을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함께 부담하자는 것이다. 2개월치 체불임금은 약 145억원 가량이다. 

 

이같은 이스타 항공의 제안에 제주항공은 어디까지나 임금체불 문제는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 쉽게 말해 대주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불임금을 인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까지 떠안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입장은 최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정부에서 요구하는 ‘대주주의 책임 의지’와 맥을 같이 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속에서 대주주가 얼마나 책임의지를 가지느냐에 따라 지원을 달리 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따른다면, 인수 작업이 보다 원활하게 마무리되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현 대주주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스타 항공의 대주주라 할 수 있는 창업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에 7년째 관여를 하고 있지 않다. 체불임금은 나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선긋기에만 나섰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이 의원의 해명과 달리 현재 이스타항공 지분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상직 일가가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이사는 이 의원의 최측근이며, 전 상무이사였던 이수지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은 이 의원의 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을 비롯한 측근들이 임원직에 다수 포진한 상황에서 체불임금 문제를 회피하는 이 의원의 태도는 근로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미 이스타항공 노조를 비롯해 수많은 근로자들은 체불임금을 해결해야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이상직 의원’이라고 꼽고 있다. 

 

M&A시장에서도 아직 거래종결시한인 29일까지 일주일이나 남아 인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주항공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임금체불 문제를 현 경영진이 해결해야 인수협상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 지적한다. 

 

▲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상직 OUT(아웃)”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이스타항공 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현재 이스타항공 상황은 ‘풍전등화’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언제든 파산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상황이 열악한데다가 2개월 이상 운항실적이 없어 운항증명(AOC)효력까지 중지된 상태다. 매각대금이 545억원인데 체불임금이 250억원 상당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이스타항공의 인수 가치는 이미 바닥을 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임금체불 문제를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에 떠넘기고 나선다면 자칫 인수협상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주체인 제주항공 역시도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인수대금 등 1700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지원의 전제가 ‘고용유지’라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스타항공 자체가 ‘돈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슬쩍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재 이스타항공에 주어진 선택지는 체불임금 문제를 대주주인 이상직 일가가 어떻게든 부담하고, 하루빨리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양측의 합의 하에 주식매매계약서(SPA)상 거래종결 시한을 3개월 더 연장한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동안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적다. 

 

결국 남은 일주일 동안 대주주인 이상직 일가가 체불임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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