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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여름 한나절 / 김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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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20-07-20

여름 한나절

 

산 너머 구름 지나듯

마을 어귀 호박잎 위로

소낙비 지나는 소리

 

빈 마당 한구석

조는 꽃 위로

나비 한 마리 함께 졸고

여름 한나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천년처럼...

 

# ‘꿀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건만, 올 봄 이상 저온으로 꽃대가 튼튼하게 자라지 못해 꽃 속에 꿀을 충분하게 만들지 못한 때문이라는 양봉 아저씨의 얼굴이 어둡기만 하다. 겉으로 보기엔 예년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꽃들도 기후변화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꽃 속에 꿀이 별로 없다면, 꿀벌만 굶어 죽어가는 건 아닐 것이다. “빈 마당 한구석/조는 꽃 위”에서 함께 졸던 “나비”도, 다른 곤충들도 어디선가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꿀벌이나 나비, 곤충들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류도 4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란다. 우리의 생존과는 별로 관련이 적어 보이는 것 같은 곤충들이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작물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열매를 맺는 수분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 중 80%가 꿀벌들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곤충들이 사라지게 되어 동물들이 먹어야 하는 열매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식물들도 번식할 수 없게 된다면 지구 생태계의 교란으로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게 되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에 의하면 생태계에서는 4년마다 하나의 종이 소멸되는 데, 인류가 지구에 처음 등장했을 때 존재했던 다양한 동식물 가운데 약 4분의 1이 지난 100년 사이에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 5억년 동안 멸종한 종의 5배에 달하는 동식물 종이 지금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지구 생태계를 파괴 시키고 인류세의 멸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름 한나절”을 여름다운 풍경으로 채우고 있는 “마을 어귀 호박잎”을 보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 제2차 대전 중 굶어 죽어 가면서도 ‘씨앗들’을 지킨 바빌로프 식물산업 연구소 과학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한다. “산 너머 구름 지나 듯” “소낙비 지나는 소리” 들으며, “빈 마당 한구석/조는 꽃 위로/나비 한 마리 함께 졸고”, 꿀이 가득 찬 꽃들 사이에서 잉잉거리는 꿀벌들의 날개 짓을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더 늦기 전 우리 모두가 ‘환경지킴이’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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