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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용 화백 -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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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수
기사입력 2020-08-11

박종용 화백 -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박종용 화백은 서양화의 화법과 동양화의 화법 그리고 한국의 불화와 민화 등 함께 융합과 통섭하여 신묘한 경지로 끌어올려서 한국적 극사실주의를 구현하고, 사물의 원형에 대한 깊은 사색과 통찰을 통해서 점(點)의 분할과 조합으로 정중동의 미학을 완성한다.

 


선(線)의 미학, 한국적 극사실주의(korean hyperrealism) 


 

▲ 박종용 작 '맹호도'  © 문화저널21 사진 DB


박종용 화백은 용인의 동물원에서 실제로 호랑이를 관찰하고 수도 없이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서양화의 화법과 동양화의 화법 그리고 한국의 불화와 민화 등 함께 융합과 동합하여 신묘한 경지로 끌어 올렸다. 배경에 형성된 여백은 공간을 무한히 확장하여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고 선묘로 형태를 잡아 색을 칠하는 방법과 즉흥적인 붓질로 사물을 단번에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구륵법과 몰골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데 필력 있는 먹의 선으로 사물의 형상을 드러내고 정교한 공필화처럼 세필로 영험한 호랑이의 형태, 기질, 성격을 생생하게 표현하였고 벽사의 힘이 있는 민화처럼 세상의 풍파 속에서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는 상서로움이 느껴지는 듯 길상의 의미까지도 내포한다.  

 

첫째로 작품의 구도와 소재 및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삼각구도(청나라 왕욱(王昱)의'동장논화(東蔣論畵'에서 “어떻게 구도를 잡는다고 하는가? 음양은 서로 향배가 있어야 하고, 종횡은 세우거나 눕힘이 있어야 하고, 개합은 열고 닫음이 있어야 하고, 회포는 끄집어내거나 밀어올림이 있어야 하고, 과접은 서로 어울림이 있어야 하니 모름지기 한쪽으로 기울어짐이 없이 자유분방해야 하며, 나아가고 물러남이 자연스러워야 한다.”(何謂位置 陰陽向背, 縱橫起伏, 開合銷結, 廻抱勾托, 過接映帶, 須跌宕側, 舒卷自如.) 라고 하였다.)의 안정감, 호랑이를 감싸듯 한 굽은 소나무의 역동성, 확 트인 여백과 세필로 마무리된 털 등, 변화와 통일 그리고 안정이 되어 자연스럽고, 조화의 미를 발견하게 된다.

 

둘째로 동양화나 한국화의 특징은 운필에 의하여 나타나는 형태 속에 골격을 형성시키는데(필법, 필세, 터치),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붓의 속도감 있는 힘차고 영동적인 필력은 강인한 생명력과 신령스런 기운을 느끼게 한다. 살아 있는 듯 호랑이의 영험한 눈빛과 세필로 묘사된 털, 굽은 소나무와 가는 가지를 그려낸 먹은 단순한 검정색이 아니라 물과 섞어 쓰면 화려한 색깔 못지않게 그 오묘하고 깊은 맛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먹색의 변화는 붓의 물과 먹의 양이 결정지어 주지만, 붓의 속도 즉 필력에 의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로 동양화의 석채물감(자연원석을 갈아 만듦)을 사용하고 있고 화면의 색은 오행설을 바탕으로 하는 백, 적, 청, 흑, 황의 오채로서 채색되어 있다. 이는 수묵으로 바탕의 기본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소나무이나 바위, 호랑이의 털 따위를 옅게 채색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수묵채색화법)

 

결과적으로 박종용 화백은 중국 육조 시대 남제의 인물화가이며 평론가인 사혁은 그의 저서 《고화품록》에서 나타난 육서화법의 표현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불화와 민화, 상상의 신선도 등과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경향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는 극사실주의(hyperrealism) 화법 등을 서로 융합과 통합으로 새로운 한국적 극사실주의 기법을 완벽하게 완성해 낸다.

 

옛날에는 뛰어난 스승으로부터 사사(師事)를 받아 활동 했으나 요즘 보통은 미술대학을 졸업하거나 문화센터에서 배우고 경력을 쌓아서 활동하게 된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꽃과 나무, 풍경 또는 인물과 동물, 사물의 현상을 보면서 캔버스(화선지나 장지) 위에 재현하는 과정 통해 그림을 배우고 익혀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승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독학의 길은 험난하고 위험한 길이데 위대한 업적을 남겨진 화가는 서양미술사와 동양미술사에도 그렇게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박종용 화백은 독학으로 경지를 일구어낸 천성의 작가다.

 

맹호도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천년의 세월 동안

하늘과 땅 사이              

 

세월의 무게와 부피 견디며

용처럼 굽이쳐 흐르는 소나무(神檀樹)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

평평한 바위 위에서 좌선하듯 

  

분노와 침묵의 경계로부터 

하얗게 삭히고 발효시키는 사이

  

평정과 안정이 찾아든

내 영혼의 안식처

         

2020 08. 04. 한국화가 박종용의 '맹호도'를 보고 쓴 시 -  

 


점(點)의 미학 - 자연의 원리, 사물의 원형에 대한 깊은 사색과 통찰


 

 

▲ (좌) 무제, 162x130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 (우) 무제, 130x16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9   © 문화저널21 사진 DB


박종용 화백은 점과 결의 화가다. 은하처럼 우주의 허공 속에서 하나의 별들이 탄생하듯 일만 개의 점과 안팎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결.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기원전 493년경 ~ 기원전 430년경)는 우주의 기본 요소가 4대 원소인 공기(Air)·물(Water)·불(Fire)·흙(Earth)로 이루어 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작가는 흙(백토-규석)과 물 그리고 아교와 오방색(동, 서, 남, 북과 중앙에 해당하는 다섯 가지 색)등을 활용하여 영원한 사랑의 힘으로 표현해 낸다. 이것은 점과 점 사이엔 서로 응집력(물질을 이루는 원자나 분자 혹은 이온상태의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뭉치고자 하는 힘)과 반발력(두 가지 물체를 서로 떨어지게 하는 힘), 그리고 응착력(응착하는 두 물질의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응용한 작품을 구상하여 마대천 두른 캠퍼스 위에서 자신만의 그림에 대한 새로운 꿈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다. 

 

첫째로 작품의 구도와 소재 및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흙(백토-규석)과 물 그리고 아교와 오방색(동, 서, 남, 북과 중앙에 해당하는 다섯 가지 색) 및 방사형 동심원구도와 수평, 수직구도를 사용하여 실체처럼 사물의 본질에 대해 영민한 영혼의 눈으로 들여다보듯 사물의 공통된 원형과 그 현상을 표현함으로서 새 생명으로 탄생한다. 여기에는 외부로 확산하려는 힘과 내부로 수렴하려는 두 힘의 갈등이 해소된 작품(결과물)으로부터 자연스러운 조화의 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모든 작품(한국화, 민화, 불화, 도예, 조각 등)녹아든 하나의 결정체로 추상표현주의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눈에 볼 수 있는 거시세계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바라본 물리의 원자모형과 화학의 원소를 융합과 통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를 실체로 들어나게 한다. 

 

둘째로 작품마다 다르게 채색하고 있는데 하얀 토분(규석)으로만 채색되거나 흰색과 검은 색으로 나눈 작품은 음양(陰陽)의 원리로서 두 문자는 각각 어둠과 밝음에 관련되어 있다. 이와 같은 두 개의 상호보완적인 힘이 서로 작용하여 우주의 삼라만상을 발생시키고 변화, 소멸시키게 된다고 본다. ≪역경≫ 계사(繫辭)에 “일음일양 그것이 도이다(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여 우주에는 두 가지의 힘 또는 작용이 있어 때로는 한쪽이, 어느 때는 다른 쪽이 물결과 같이 계기적으로 우세하게 된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서양에서는 모든 존재의 이원성은 빛(+)과 그림자(-)로 창조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면, 동양에서는 음과 양으로 서로 대립되는 속성을 가진 두 개의 측면으로부터 사물현상의 발생, 변화, 발전의 원인이 된다. 오방색이 중심이 된 동양화의 석채물감(자연원석을 갈아 만듦)으로 표현된 것은 음양의 상생과 상극으로 나타난 변화이고 그 중심의 경계는 중도로서 개혁과 변화라는 지점이 된다.

 

셋째로 씨앗처럼 원과 원의 겹침 그리고 직선과 곡선의 나눔 등을 이용한 새로운 분할과 통합의 회화 기법을 완성한다. 재료인 흙(백토-규석)을 통해 붓을 들고 정좌를 하면서 명상하듯 우주의 원소인 타원의 점(點)들을 찍어 나아간다. 점 하나로 진동하듯 움직임에서 겹겹이 쌓여 방사되는 서로 다른 크기의 원들(精中動 動中靜-중국 명나라 시대 집필된 채근담에서 정중동(靜中動)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의미이고, 동중정(動中靜)은 겉으로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내면적인 고요함이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영원한 생명의 원리를 표현한 것이고 만다라처럼 울림과 공명 안에서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춤이 된다. 이는 부분이 아닌 전체적으로 본다는 것으로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다.(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 중에서,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설치미술 작품들을 살펴본다. 칸칸이 나눈 틀 속에 담긴 둥근 돌들과 원기둥 들, 평면 위에 제각각 세워진 돌들 등 여기에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탐구정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철학의 원방각(圓方角,○□△)의 비밀까지도 담아낸다. 이는 사물의 본질이고 사물의 원형이다. 인간의 몸과 같이 먼지(흙)이고 숨이며 세포 그리고 핵이다. 시공간처럼 골(음)과 마루(양), 그 사이 수많은 결이 형성되고 기(氣)가 흐른다. 

 

결과적으로 박종용 화백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의해 묻고 사물의 본질(ti estin)에 대한 탐구한 것처럼 점(우주의 원소)과 결(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사색과 통찰을 하다가 사물의 실체(usia)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자연의 원리처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주(周)나라시대 '주역(周易)'은 변화를 생명의 창조 과정으로 보고 오히려 변하지 않는 운동 질서 그 자체가 '도(道)'라 한다.) 그 사이에서 작가의 푸른 영혼과 숨은 결(氣)이 되고 점들(세포핵)안 염색체(染色體)가 유동하면서 이것을 구성하는 DNA가 되어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는 작가의 수많은 노력과 열정에 대한 결실이다.  

                                                 

무제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우리는 우주의 먼 곳에서 날아든 

한 점의 별빛이었다. 

  

눈부신 붉은 태양처럼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고

  

포근한 하얀 달처럼

위안과 안식을 찾아주듯

 

일곱 빛깔 무지개가 뜨던 날

한 점의 생명이 된다.    

  

신성한 아름다움 속에서 깨닫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로부터  

  

- 2020 08. 05. 한국화가 박종용의 '무제'를 보고 쓴 시-  

 

미술평론 김월수(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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