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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생각에 잠긴 별 / 김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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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기사입력 2021-01-11

 

생각에 잠긴 별

 

밤이 깊어지면서

더욱 빛나는 별

그러나 오늘은 온몸으로

신음소리를 낸다

기억의 저편에서 걸어오는

지상의 이야기에 생각에 잠긴 별들

 

멀리서 누군가가 울고 있다

이 세상엔 슬픈 일이 너무 많다고

아픈 사람 배고픈 아이들 억울한 사람들

잔혹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오늘 밤 긴 팔을 내려

어깨를 짚어주는 별빛에 기대어

조용히 흐느끼는 이를 보면서

아름다운 초록별 행성 지구

인간세계 고통에 동참하는

 

위로의 벗이 되고픈 저 별들

 

# 믿지 못했구나. 참치통조림을 들고 나갔던 남편의 팔뚝에 파양되어 온 개의 이빨 자국이 깊었다. 응급실로 달려가 처치를 받고도 광견병 증상이 나타날까 봐 걱정했다. 지난해 늦가을 가까운 지인에게 분양했던 삽살이가 십 년 만에 지인의 사정으로 파양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생후 3개월 때 입양된 후 십여 년이 지나서인지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고, 긴장한 채 으르렁거렸다. 주인에게 버려진 슬픔이 깊어서 음식도 잘 먹지 않아 특식을 주려 했는데 팔뚝을 물어버린 것이다.

 

버림받고 상처 입은 생명은 누구도 믿지 못한다. 주인에게 버려진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맛난 음식도 거절한 채, 낯선 곳에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삽살이. 맛있는 음식으로 슬픔을 달래주려던 전략을 바꾸었다. 매일 아침 이름을 불러 주었다. 음식을 줄 때도 이름 먼저 부르고 기다려 주었다. 집 안에서 얼굴만 내밀고 모른 척하는 삽살이에게 조금 비켜서서 눈을 깜빡여 주었다. 나는 너에게 적대감이 없다는 마음을 전하는 의사소통이다. 가끔 집 밖으로 나와 낯선 주위를 둘러보곤 하는 삽살이에게 말을 건넸다. 빨래를 널러 마당에 나갔을 때도, 외출할 때나 돌아와서도 수시로 이름을 불러 주었다. 버림받아 슬퍼했던 삽살이가 마음의 문을 여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살려 주세요’라는 외침만큼 절박한 말이 있을까? 제한된 공간 속에서 지내야 하는 구치소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재소자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겪고 있으리라. 초동대처에서 마스크를 달라던 재소자들의 청원도 제 때에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분노와 상처가 컸을 재소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보다는 늦었지만 최선을 다해 목숨을 구하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주인에게 버림받은 삽살이도 슬픔과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사람이 먼저’라는 새 정부에 환호하고 변화된 세상이 오리라 믿었던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의심과 불신을 키우는 사회 지도층의 막말들과 이해관계로 얽힌 늑장 대처들은 코로나로 지치고 한파에 시린 마음들을 빙하 속으로 가두는 듯하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초록별 행성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별”과 같은 먼지의 종족일 뿐이다. “아픈 사람 배고픈 아이들 억울한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열고, 귀도 크게 열며 다가가는 실천적 행동이 필요하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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